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차인표 지음, 제딧 그림 / 해결책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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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울림을 주는 감성소설을 하나 만났습니다.

배우 차인표가 아닌 작가 차인표의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읽는내내 한편의 영화를 보듯 서정적인 풍경을 상상하면 아픈 역사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그 아픈 역사를 어찌 이렇게 아름답게 엮어냈을까요.

책장을 덮는 순간 스르륵 눈물이 흐릅니다.

 



자신을 대변할 수 없었던 이들을 위한 헌사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고국을 떠나 70 년 만에 필리핀의 한 작은 섬에서 발견된 쑤니 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평온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언의 질문을 던집니다.

이제,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민족사의 상처를 간직한 이들을 보듬는 특별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소설의 배경은 1930년대 백두산 기슭의 호랑이 마을입니다.

엄마와 동생을 해친 호랑이 백호를 잡아 복수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호랑이 마을로 찾아온 호랑이 사냥꾼 용이와 촌장 댁 손녀 순이 그리고 미술학도 출신의 일본군 장교 가즈오가 중심인물로 등장하지요.

소설은 호랑이와 호랑이마을 사람들이 적대관계가 된 배경부터 시작합니다.

평화로웠던 관계는 서로에게 상채기를 내면서 적이되고 높다란 담을 쌓게 하였지요.

 

호랑이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빗대어 표현한거 같습니다.

누가 주인고이고, 누가 객인지.....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이네. 짐승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과도 더불어 살 수 없는 법이야.'

일본은 백두산 호랑이 마저도 모두 사냥하여 말살시켰지요.

짐승도 사람도 모두 말살하려했던 일본의 과오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일본군 또한 절망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고 말지요.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람마저 모두 저버려야하는 상황이 얼마나 고되고 고통스러웠을가요.

 

작가는 위안부 문제를 그 상황의 기술이 아니라 그 과정을 기술하며 더 뼈아프게 다가오게 합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 속 행복을 누리고 있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가한 잔혹한 범죄를 우리는 더 아프게 마주하게 됩니다.

 

작가의 표현이 가슴을 짓누릅니다.

어린 소녀들이 당했을 아픔은 짐작조차 하지 못하겠지만 영혼이 짓밟힌다는 표현 속에서 온몸에 전율과 고통이 느껴집니다.

'지옥에서 영혼이 타들어 가는 소리' 역사 속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될 비명을 듣습니다.

 

그저 작은 소망하나 품고 살던 어린 소녀들에게 대체 일본은 무슨 짓을 한걸까요.

이렇게 천인공노할 짓을 하고도 용서를 구하지도 못하는 비겁한 그들에게 다시한번 분노하면서 연민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리석은 그들의 행동이 불쌍하기 그지없습니다.

 

만약 나였다면... 이 모짓 상황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요?

작가는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 속에 평온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무언의 질문을 남깁니다.

그 질문이 가슴 속을 후벼팝니다.

그리고 내가 해야할 작은 행동을 고민하게 합니다. 큰 울림을 줍니다.

 

'상대가 빌지도 않은 용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작가는 순이의 따뜻한 마음을 통해 진정한 용서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비록 일본은 우리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았지만 진정한 화해와 사랑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 합니다.

 

불공평하기만 했던 역사 속 이야기를 정말 절절하게 그려줍니다.

작가의 시선에 따라 함께 분노하고 절망하고 좌절하면서 또 그렇게 희망을 쫓아봅니다.

 

그저 따뜻한 사랑을 품고 있는 엄마별을 함께 바라보며 사랑하고 살고 싶었던 어린 순이와 용이에게 뼈아픈 역사는 이 작은 행복마저 빼앗아 갔습니다. 절대 잊어서는 안될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다시한번 되새기고 가슴 속 깊이 각인하며 평온한 우리의 삶을 가능하게 했던 그들에게 고개숙여 사랑을 전합니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차인표 작가는 ‘사랑과 용서, 화해’라는 주제 의식을 진중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풀어내면서도 세 주인공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고 밀도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또한, 치밀한 세부 장면 구성과 고증을 거친 백두산 마을의 수려한 풍경 묘사는 읽는 내내 머릿속에 한 편의 영화가 떠오를 정도로 생동감 넘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문학적 성취를 보여 줍니다.

잊지말아야 할 우리의 아픈역사, 우리 모두 함께 읽으며 성찰해볼 추천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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