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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신령님이 보고 계셔 - 홍칼리 무당 일기
홍칼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겉으로는 다수 속에 포함되어 있지만 내면은 모두 제각각인데 왜 그렇게 소수를 핍박하며, 거기에 동조하거나 영합하는 것일까.
전작인 <세상은 나를 이상하다고 한다>를 먼저 읽고 공감하는 바가 있어 이 책도 읽어 볼 생각이었는데 마침 e북으로 나와서 구매하였다. e북 환경에 익숙하지도 않고 읽는 속도도 느린 편인 내가 당일 저녁에 다 읽었으니, 일단 읽기 시작한 독자라면 저마다 소득이 적지 않으리라 본다.
작가와 나를 비교해 보자면, 삶의 궤적은 많이 다르지만 그 내면에는 비슷한 점이 꽤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도 그랬는데." "내가 이러한 선택을 했다면 나도 이렇게 걸어가지 않았을까?" 하면서 읽는 중간중간에 흠칫 놀라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10대 시절엔 불합리한 교권에 항의하기도 했고, 교실에서 일부러 삐딱한 책을 읽으며 친구들이 동조해 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나름의 저항이자 시대와 호흡하려는 노력이었을 것이다. 게으른 변명을 하자면, 군 생활 이후로는 억지로 기성체제에 심신을 끼워 맞추어 가며 최대한 보신하고 자중하며 살아 왔다. "혁명이든 혁신이든 다 무슨 소용? 나랑 무슨 상관?"이냐는 식. 그로 인해 얻는 대가는 사실 대단할 것 없다. 그러나 그 '대단할 것 없는 것'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멀리 가서 찾을 것 없이 장애인 시위를 틀어 막은 지하철과 성적 피착취자에게 욕설을 퍼붓는 거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세대별 성별 계층별 다양한 지표 속에서 상대적으로 '호강을 누린' 나와 다르게 작가는 이중삼중의 족쇄와 싸우며 한 걸음 한 걸음 가시밭길을 지나왔다. 그가 지닌 다채로운 면면은 그 과정에서 생겨난 예술의 일부이자 신령의 조화인 듯하다. 누가 보기에 이상하기는커녕 신선하고 뿌듯해서 자연히 응원하게 된다.
작가는 무당에 대한 대중적 편견을 깨뜨리려 하고 그 속의 불합리한 면을 바꿔보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여기에 공감하는 이들이 상당히 있으리라 생각하며, 이러한 노력들이 앞으로 무속 세계 안팎에서 효험을 거두기를 바란다. 독자로서 작가의 SNS와 너튜브를 통해 가끔씩 소원도 빌고 약간의 안식을 얻을까 싶다.
나의 역할은 그 사람 안에 있는 답을 끄집어내 주는 것이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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