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난 위로가 필요했나보다
이의진 지음 / 교육과실천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교 때 과제 때 처음 써 본 문장인데,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 문장이다.

 

'인생은 멀리서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보면 모두 비극이다.'

 

우리네 인생사를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하는 문장이 얼마나 많을까.

 

친구네 가족은 화목해 보이고, sns에서 보이는 인물들은 돈 잘 벌고 좋은 곳 여행 잘 다니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다녀보이고. 인터넷에는 자신의 연봉이 얼마고, 회사 복지가 어떻고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고, 나보다 어린 연예인이 강남에 무슨 건물을 매입했다고 연예 뉴스에 나오고...

주변에는 비교 하고, 자존감 깎아먹을 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자세히 알고보면, 그들에게도 그들 속내가 다 있던 것이다. 화목해보이던 친구 가족은 경제적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sns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은 그 풍경 옆으로는 그 장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준비했던 것들이 어지러져 있고, 연예인들이 그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악플들을 겪고, 어떤 노력들을 했었는지.. 우리는 겉만 보고는 판단해서는 안 되는거다.

 

모든 사람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처가 있고, 누구든 위로가 필요하다.

 

 

 

교사에 대해 표현한 문장 중

'교사는 연예인이다. 다만 돈은 못 버는, 팬보다 안티팬이 더 많은.'

이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 교사는 때로는 (좀 자주?) 공공의 적이 된다.

 

스승의날 즈음만 되면 인터넷 기사에는 교사에게 당했던 악행들을 올리는 기사들이 숱하고,

사건 사고가 일어났을 때 다른 직업의 사람들은 직업이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교사는

'교사 A씨' 또는 '여교사 B씨' 등 표현이 되고, 또 거기에는 어마어마한 댓글이 달린다.

비슷한 종류의 범죄를 저질러도 어떤 직업 (특정 직업은 거론하지 않겠다.)의 사람은 아직도 처벌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신고한 사람과 악플을 단 사람들을 고소하고 있다.) 그에 반해

교사가 해당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는 다시는 교직에 서지 못하는 벌을 받았다.

(물론 그 교사가 잘했다는 것은 절.대.아니지만 같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사회적/ 법적 잣대가 교사에게 유독 엄격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교직에 대해 잘 모르는 친구와 만나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한탄 하고 있으면 대부분 똑같이 말한다.

'너는 방학이 있잖아. 너는 퇴근을 일찍 하잖아. 너는 정년이 있잖아.'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교직이 아닌 친구들과는 만남이 줄어들었다.

만나더라도 함부로 내 얘기를, 내 고민을 말 할 수 없었다.

 

내가 원한 건 그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그래도 힘내

라며 건네는 따뜻한 위로였을 것이다.

 

교사들은 외롭다.

 

내 딴엔 최선을 다 한 하루가

어떤 학생에게, 어떤 학부모에게, 어떤 동료교사에게는 불만, 민원의 대상이 되는 날도 있다.

아이들이 떠나가고 남은 오후의 빈 교실에 혼자 앉아 있으면, 

개운함과 기쁨보다는 아쉬움과 허탈감이 더 잦다.

 

집에 가도 외롭다.

나보다 늦게 오는 남편을 기다리며 밀린 집안일을 한다.

너무 피곤한 날 집안일 안 하고 쉬면 스스로 자책감이 든다.

그래도 내가 퇴근이 더 빠르니 집안일을 더 해야지.

아무도 나에게 그런말을 한 적이 없는데 (심지어 남편도) 그냥 나 혼자 그렇게 

내 올가미를 만들어 내 스스로 목을 죄고 피곤한 몸을 쇼파에서 일어나게 만든다.

 

그러던 어느 하루는

내가 왜 이러고 살까. 라고 생각되며 스스로가 불쌍해 울고 싶었던 날도 많았다.

 

 

그러던 내게 위로 해준 책이 이 책이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선생님만 외롭지 않아요. 우리 다 이렇게 힘들게 '버티고'있어요. (책에서는 버틴다는 표현을 종종 쓰곤 했다.) 오늘도 교사로, 부인으로, 딸로서 애썼어요. 고생했어요.

 

 

한 번도 보지 못한 이 작가(교사)에게 나는 주변 친구들에게보다 더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그래, 나만 이렇게 외로운 게 아니다.

우리는 모두 외롭고 모두 위로가 필요한 존재다.

세상 사람들 모두 비슷하게 살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조금은 가벼워졌다.

나만 혼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게 아닌 걸 깨닫는 순간.

 

 

이 책은 위로가 필요한 교사들, (특히 여자)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오늘도 이 책 한 장을 읽으며 내가 나를 위로하는 시간을 갖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