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본 한국사 - 김기협의 역사 에세이
김기협 지음 / 돌베개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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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이 책은 통사라고 하기에는 정보량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팩트 확인이 안 된 부분을 팩트인 양 내세우는 양심불량 역사서는 절대 아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오히려 한홍구의 추천사대로, "번잡한 사실들을 들이밀기보다는" "역사를 보는 눈"을 키우려는 의도, 의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고수한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책은, 내게는 '저자의 발견'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우리 역사책 저자 중에 글쓰기에 대한 자의식을 이 정도 갖추고 있는 분들이 몇이나 되던가. 한홍구는 책이면 책, 칼럼이면 칼럼, 강연이면 강연 못 하는 게 없는 좀 특이한 케이스고, 그런 수퍼스타들을 뺀다면...... 김진송 정도? 역사 연구자는 아니지만 일관된 문제의식과 그에 어울리는 고유의 문체와 스타일을 유지하는 저자는 3분 이상 생각해도 그 이상 잘 떠오르지 않는다.

김기협의 글쓰기는 일단 균형감각과 합리성을 갖췄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꼼꼼히 따져보며 자신의 관점이 타당하다는 점을 설득하는 식이다. 논거의 범위 역시 폭넓다. 단순히 누군가 그렇게 기록했다거나 주장했다는 식이 아니라 특정 역사적 사건의 배경부터 시작해서 물적 조건 등을 최대한 열린 눈으로 포착한다.

물론 이런 합리주의나 자유주의의 관점이 모든 독자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는 없을 테다. 하지만 최소한 그는 이런 관점과 문제의식을 일관된 형식과 글쓰기로 표현해낸다는 점에서 우리 역사물 출판계의 중요한 자산이 될 듯싶다. 앞으로도 꾸준히(활발히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집필 활동을 지속해주십사 진심으로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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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천 2008-06-18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제 나름대로 고심하고 노력한 면을 잘 살펴주셔서. 격려해 주시는 뜻에 따라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현대 한국인의 관점에서 동양사와 세계사를 바라보는 책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년에 한 권씩 만들어낼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