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시집인지라 책을 펼치기 전부터 왜인지 모를 두려움이 앞섰던 책. 그러나 책을 덮음과 동시에 왜 진작 시를 읽지 않았을까 탄식을 자아내게 해준 책이다. 수록되어 있는 61편의 시 모두는 ‘절망, 허무, 비참함’의 삼중주를 이루는 선율이다. 그러나 그 지휘자를 향한 나의 눈빛은 절대로 동정 따위가 아니었다. 그의 크나큰 상처에서 더욱 위로를 받게 되는 아이러니한 경험을 선사해줌에 도리어 감사의 눈빛을 보냈달까. 감당하기 힘든 일이나 역경이 찾아올 때마다 입 속에 피어난 이 까끌까끌한 검은 잎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음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