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않는 새

 

종로3가 지하 보도 앞에서

쓰레기 음식으로 배 채우고 느릿하게 걸을 때

흔들리는 꽁무니마저 시간을 느리게 만든다

기쁨과 슬픔 혹은 다급함을 전하던 일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박수치며 기뻐하던 평화라는 단어가 어렴풋이 떠오를 뿐

잘려나간 발가락 하나쯤은 이미 굳은살로 단단해졌고

비대해진 몸뚱이 들어 올릴 날개 힘도 잃었지만

하늘 위에서 느끼던 바람의 기억을 몰고

파고다 공원으로 느릿한 시간들이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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