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 p.s. i love you
모리 마사유키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본 적이 언제인가요?

  

 편지(Letter)를 요즘 사람들은 얼마나 쓰고 있을까? 음성통화를 넘어서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게 되고, 전화보다는 문자를 많이 보내는 일이 더 많아졌으니 거의 안 쓴다고 봐야될지 모르겠다. 편지뿐 만 아니라 아날로그 세상에서 디지털세상으로 변하면서 빠르고, 간단하고, 쉬운 것을 찾게 되면서 아날로그 세상 때 좋았던 것들이 점점 잊혀가고 있는 게 요즘 현실이다. 

 어른들은 요즘 젊은 세대를 두고 ‘ 낭만이 없다 ’ 라고 말씀하신다. 젊은 세대에 속해 있는 나 역시도 대학을 다닐 때 큰형이나 선배들 이야기들을 들으며 상상만 해 오던 낭만적인 대학 생활보다는 서로 경쟁하고 여유가 없던 동기들을 보며 실망도 많이 했었던 적이 있었다. 이처럼 어느 순간 우리 생활 속에서 점점 아날로그가 주를 이루던 때의 낭만이나 여유가 사라져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모리마사유키의 이번 작품은 지금 시대와는 다른 1980년대를 배경으로 우연하게 만나게 된 연인 사이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 무렵에는 이메일이나 휴대전화는 물론이거니와 전화요금까지도 상당히 비쌌던 시대였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 두 사람은 오직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할 길은 편지 밖에 없었기에 자신의 생활과 마음들을 편지에 실어 상대방에게 보내고 받으며 사랑의 끈을 이어간다.

  편지 본문에는 쓸 수 없었던 말. 하지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항상 편지 마지막 부분에 “추신”에 담아 마음을 전하는데 이 점이 책의 내용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보고 싶어서 말도 없이 상대방을 보러오기도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표현해 나가는 과정이 요즘과 같은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사랑의 과정과는 너무나도 달라 책을 읽는 동안 답답함 보다는 낭만의 따뜻함이 전해졌다. 책의 구성은 만화가인 작가의 특성상 만화형식으로 전개 되는데 보는 동안 만화를 보고 있다고 생각되기 보단 한 편의 연애소설을 읽는 듯 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누구나 쉽게 그리고 보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복잡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오래간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보게 된 추신(p.s. I love you)은 추운 겨울 날씨로 얼어붙어 있던 몸과 따뜻함 과 낭만을 잊고 지내던 나의 마음에 이른 봄바람을 불어다 주웠고, 무엇보다 현재 사랑을 만들어 가고 있는 나에게 사랑에 대한 낭만과 여유를 가르쳐 주었다. 두께는 얇지만 읽는 동안만큼은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잠시동안 푹 빠졌던, 고급요리를 비유하자면 첫 보기에 이쁘고 아주 맛있는 음식이 양이 적어 먹으면 먹을 수록 음식의 양이 줄어드는 아쉬움을 남기는 그런 느낌을 지닌 책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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