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행하다 - 우리 시대 평신도 5인의 행동하는 성경 읽기
천종호 외 지음, 온상원 인터뷰어, 이범진 정리 / 잉클링즈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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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으로 이야기하기 좀 쑥스럽지만, 나는 책을 좀 읽는 편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책은 부지런히 읽으면서 정작 성경은 열심히 읽지 못하고 있다. 다른 책은 재밌게 술술 넘기면서도, 성경은 며칠씩 그대로 덮여 있을 때가 많다. 그러던 차에 '성경을 읽고 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을 한 권 만났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뜻밖에 편안했다. 다섯 분이 자기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놓는 방식이어서,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듣는 느낌이었다.


『읽다 행하다』는 잉클링즈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천종호 판사, 최영아 의사, 김현호 서점 대표, 오명화 놀이운동가, 정진호 교수, 이렇게 다섯 분의 평신도를 온상원 님이 인터뷰한 책이다. 2023년에 나온 『읽다 살다』의 후속작 성격인데, 전작의 부제가 "분투하는 성경 읽기"였다면 이번 책의 부제는 "행동하는 성경 읽기"다. '살다'에서 '행하다'로, 한 걸음 더 바깥으로 나아간 셈이다.


잘 읽혀서 좋았고, 그러면서도 숙고할 내용이 많아 좋았다. 다섯 분 이야기가 모두 울림이 컸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정진호 교수님의 인터뷰였다. 다른 네 분의 이야기도 결이 다르지 않으니 책으로 직접 만나보시기를 권한다.


정진호 교수님은 북한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하신 분이다. 남한 사람이 북한 대학에서 교단에 서고, 북한 학생들과 매일 얼굴을 맞대며 살아간다는 것. 이 한 문장을 쓰는 것도 어렵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실제로 어느 누구도 쉽게 걸어갈 수 없는 길을 이분은 걸어가셨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이웃 사랑을 머리가 아닌 삶으로, 그것도 가장 낯설고 가장 멀게 배워온 사람들 곁에서 실천하신 것이다.


교수님은 반공 교육을 받고 자란 자신의 가족이 북한 사람들을 '사람으로, 이웃으로' 다시 바라보게 되기까지의 변화를 담담히 풀어놓는다. 머리로 아는 이웃 사랑과, 실제로 원수로 배워온 사람들 속에 들어가 그들과 같이 먹고 같이 가르치며 이웃으로 껴안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다. 우리가 교회에서 부르는 '원수 사랑'이라는 찬양이 얼마나 추상적이었는지, 이 인터뷰를 읽으며 부끄러워졌다.


더 뜻밖이었던 대목은, 평양에서의 사역보다 한국 사회 내부의 이념적 분열이 오히려 더 버거웠다는 교수님의 고백이었다. 휴전선 너머보다 바로 옆 교인과의 대화가 더 어렵다는 이 역설은, 지금 한국 교회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아픈 자리를 정확히 짚고 있다. 주일마다 같은 예배를 드리고 같은 찬양을 부르면서도, 막상 정치나 사회 문제로 넘어가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포기해버리는 우리의 모습 말이다. 교수님은 복음을 '세상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혁명'이 아니라 '부패를 정화하고 개혁하되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를 품는 능력'이라고 정의하시는데, 이 정의가 참 깊었다. 복음은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한 식탁에 앉히는 힘이라는 것이다.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용기 있는 장면은 교수님이 오늘의 청년들에게 '낭만주의자'가 되어달라 청하시는 대목이다. 취업과 대출과 집값 사이에 끼어 있는 오늘의 청년들에게 낭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철없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노(老)지식인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건네는 이 단어가, 이상하게도 가장 믿음직하게 들렸다. 어쩌면 이 책이 말하는 '행함'이라는 것도 결국 이런 낭만의 한 형태가 아닐까 싶었다. 계산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 결과가 보장되지 않아도 가보는 것, 그것이 바로 믿음이 삶이 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다른 책은 잘 읽으면서 성경은 열심히 읽지 못하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성경을 잘 읽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읽은 말씀을 삶으로 옮기는 통로가 어딘가 막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읽기와 행함이 서로 통하지 않으면, 읽기도 메말라가는 법이니까.


『읽다 행하다』는 이 시대의 평신도 다섯 분이 성경을 읽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담은 이야기다. 전작 『읽다 살다』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물었다면, 이 책은 한 발 더 나아가 우리에게 묻는다. 오늘 읽은 말씀은, 나의 내일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기독교인들이 지향해야 할 정의 안에는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호혜적(상호적) 정의뿐 아니라, 남보다 조금 손해를 보거나 더 나아가 희생까지 감수하는 연대적 및 은혜적 정의도 포함됨을 명심해야 합니다. - P44

실천해보지 않고 불가능하다고 여기면 여전히 우리 기독교는 죽음 이후의 미래만 추구하는 세속 종교와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 P113

엄마로서 내 자녀만 챙기는 게 아니라, 다른 아이의 이야기도 들어주는 태도, 그게 교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날은 내 아이가 가장 힘들고, 또 어떤 날은 다른 집 아이가 울고 있어요. 그럴 때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관계, 그게 신앙공동체의 확장된 모습이라고 느꼈어요. - P132

수학은 증명하지만, 하나님은 ‘나타나십니다.‘ 그래서 흔히 질주하던 이성의 한계가 바닷가에 다다를 때, 그 지점에서 신앙이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 P158

저는 복음은 세상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혁명이 아니라, 사회의 부패한 모습을 정화하고 개혁하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되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를 품는 능력이라고 믿습니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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