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녹는 Entanglement 얽힘 1
성혜령.이서수.전하영 지음 / 다람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욕이라는 것은 사실 갈망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종선이 미진을 갈망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종선이 미진을 갈망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종선은 미진이, 미진 아닌 모습의 미진이 되길 바라는 것 같았다. 그것은 실로 불가능한 일이었음에도 그랬다. -63p, 언 강 위의 우리

*

​관계의 시간성, 과거의 유령, 서로 다르게 편집된(혹은 나에게만 있는) 기억, 애증(!!), 인정욕구, 책을 향한 끝없는 갈증. 어쩌면 세계관이 처음부터 ‘픽션’에서 형성된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래빗홀, 나의 토토로홀이었던 이서수 작가의 ‘젊은 근희의 행진’을 다시 읽었다.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에 붙여둔 인덱스의 위치를 바꾸는 김에 다시 읽은 표제작은 18개월 전과 다르게 읽혔다. (처음 한 여행과 다르게 여행하는 것처럼.)

이 작품은 내 안의 관종과 유교걸이 서로 칼을 겨누게 하여 어떻게 하면 유교걸(엄마?)조차 무시할 수 없는 관종이 될 것인지를 고민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그토록 자랑하는(관종이니까) 젊작 도장깨기를 시작한 작품이었다.

*

아니 얽힘 얘기를 하라고. (이렇게 끌고 와야 한다.)

​마침내 (젊작 도장깨기를 어지간히 했을 무렵) 전하영 작가를 읽고 서평센터에 여러 번 갇히기까지 수많은 작가의 수많은 캐릭터와 울고 웃고 싸우며(손절?도 하며) 제대로 얽히고 있었는데, 얽힘 시리즈가 나왔다.

이서수 작가의 신간을 수집하고, 성혜령 작가의 근작이 실린 소설보다(축하해요!)까지 차곡차곡 쌓아봤다. 지나가다 소설보다 과월호가 있으면 전하영 작가의 작품을(이미 읽었음에도) 집어온다. (쇼츠시대이므로)

*

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 계속 걸었다. 빗줄기에 온몸이 찔렸다. 피가 철철 흐르는 것 같았다. 피부는 식어가는데 속은 끓어올랐다. 자기가 뭘 안다고. 나에 대해서, 내가 어떤 시간을 겪었는지 뭘 안다고. 내가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전화를 받아줬는데, 맨날 힘들다는 그 지겨운 얘기를 몇 년을 참고 들어줬는데. -36p, 나방파리

힘이 정말 세요. 고집도 말도 못 하게 세. 자기를 아무도 몰라주고, 아무도 생각 안 해주니까. 그냥 너는 탈락이라는 듯 그런 취급 하니까, 그쪽한테 자기를 알리려고 엄청 애썼네.
-44p, 나방파리

집착과 오해와 증폭된 피해망상은. 그것에 대해선 왜 아무도 말하지 않을까. 우정이 아니라서? 혹은 우정의 보기 싫은 점이라서? -85p, 언 강 위의 우리

언제나 다급하게 나의 관심을 촉구하는 책들이 있었다. 그 책들을 손에 넣지 않으면, 그럴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안절부절못했다. 서가 앞에 서면 어떤 책에 우선권을 줘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너무나도 많은 관심사가 내 손을 타려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123p, 시간여행자

그러고 보니 조울증이니 뭐니 정말로 병이 있기는 했던 것일까. 나는 그의 병을 미화하고 그에 대해 열등감마저 품고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예술을 하고 싶으면 ‘미쳐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예술에 미쳐라!’ ‘예술가는 미쳐야 한다!’ 수업 시간에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내가 너무 제정신이라는 게 콤플렉스처럼 느껴졌고 소위 광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137p, 시간여행자

*

이 얽힘에 얼마나 깊숙하게 얽혀 있는지는 각색-픽션화가 필요할 정도로 서술이 어렵다. 싸이월드와 달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고인의 프로필이 남아있어 댓글이나 친구태그로 추모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학원에서 만난 연하의 미소녀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했고 이미 어느 정도는 망했지만 나를 휘저었던 남자들보다 덜 망가졌다는 묘한 자부심(?)도 있다. 자연스럽게 멀어지거나 연락이 끊기는 것까지는 뭐. 지금 잘 지내는 사람들하고 연락하는 걸 잊지 않고 있는지를 생각하기에도 바쁜데. 어쩌다 한번 만날 수 있는 관계 역시 충분하다. 그럼에도 그게 이미 끝난 사람들이 손톱 거스러미처럼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얽힘 1기 서포터즈로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 동생, 아니 얽힘시리즈 많관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B로 대학 가다 - 세계적 명문대에 진학한 남매와 제자들의 확실한 성공 비결
이미영 지음 / 학지사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196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설립된 비영리 교육재단 IBO가 DP(Diploma Programme)를 개발하면서 시작되었다. IBDP는 대학입시와 연결되는 프로그램이라, 가장 많은 학교에서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어느 국가에서 디플로마 과정을 공부하더라도 성적은 동일하게 평가받는다. -268p, IB 교육 살펴보기

소논문을 통해서 학생은 대학 수준의 학문적 글쓰기를 경험하고, 글쓰기 기술을 향상할 수 있다.
-303p, IB 프로그램

​CAS(Creativity, Activity, Service)의 목적은 학생 스스로 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흥미나 관심 분야를 발견하거나, 본인의 재능을 봉사활동으로 타인이나 지역사회에 나누며 전인적 성장을 돕는 것이다.
-304p, IB 프로그램

​대학교는 학생이 전공할 과목과 연계되는 과목을 어떻게 선택했는지, HL과 SL 과목을 어떻게 선택했는지 전공 적합성을 고려해서 학생을 선발한다.
-320p, IBDP에 관한 중요한 질문들

*

과학자를 꿈꾸던 학생이었다. 5학년때부터 방과후 수학반에서 영재수학을 했다. 교과과정에 없던 영어는 따로 배웠고 과학고 지망생이되어 중학교 과정을 혼자 예습했다. 초등 과학탐구대회 대상(학교대표), 중등 과학탐구대회 4등, 전국 수학올림피아드에 출전했고 발표수업 기회도 많이 가졌지만 결국 과학고에 떨어졌다. 이 모든 과정이 거의 다 독학으로 이루어졌기에 시험장의 환경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불합격의 쓰라린 아픔은 3년 후 대학교 면접에서 전화위복을 맞이했다. 내신(30%)보다 수능(2.5%)이 훨씬 잘 나오기도 했지만 합격을 결정한 건 면접(서울대)과 논술(연세대)이었다.

한국의 입시환경에서는 사교육이 절대적이다. 성적보다도 정보의 흐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사교육이 병행되어도 주입식 교육에는 한계가 있다. 저 내신을 뛰어넘은 수능 점수는 자기주도적 학습계획과 초등학교때부터 읽었던 공부법(자기계발서), 수많은 문학작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IB 교육을 경험한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자기주도적 학습목표, 과제선택과 과정중심의 학습, 독서, 그리고 예체능 활동이다. 이런 경험이 대학교 진학 이후에 더욱 빛을 발한다. 사실 나는 사교육 거의 없이 독학으로 서울대에 갔기 때문에 처음 3년 동안 학업능력이 부진했다. 오히려 과학고나 약대에 가지 못한 게 다행일 정도였다. 하지만 바이오소재공학과에 진입하고 2년 정도 지났을 때 전공영어와 교양수업에서 크게 성장하기도 했다. 독서모임과 학생회 활동 역시 사회과학이나 리더십 수업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

우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자신의 꿈이 명확하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안다.
-71p, IB 교사 이야기

​책을 많이 읽어서 똑똑한 것이 아니라, 책을 많이 읽는 뇌 훈련을 했기에 똑똑한 것이다.
-106p, 유학생 엄마 이야기

​IB는 태생이 지구에서 가장 글로벌한 직업을 가진 외교관이나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자녀들을 위해, 국제학교에서 만들어진 교육이기에 글로벌한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124p, 교육개혁과 IB 이야기

*

졸업 후 추가비용을 들여 직업교육을 받고도 원하는 포지션을 얻지 못하여 미대 재입학을 고려했다. 과외를 하고 영재교육 전문가로 트레이닝을 받았다. 이 시기는 일종의 흑역사였다. 10년째 베스트셀러인 공저서 <과학탐구대회특강>을 달리 홍보하지 않는데는 인세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 커리어는 최종목적지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 컨설팅 의뢰는 환영)

​만 30세를 앞두고 어린 영재학생들과 두뇌게임을 하면서 노화예방 골든타임을 잡은 것 같다. 이때 유학 중인 친구들과 연락이 닿아 미국행을 결심하고, 모든 방향으로 흔들리는 와중에도 아이비리그 투어를 감행한다. 인스타/블로그 친구들은 알겠지만 그것이 내 30대를 완전히 바꾸었다. 결국 영어를 마스터하고 모든 책을 영어로 읽을 수 있게 됐는데….


*

미국 여러 대학에서 IBDP가 AP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어서 입시 때 유리합니다.
-147p, IB로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

특히 대학은 놀러 가거나 스펙을 쌓기 위한 곳이 아니라, 진정한 지식 탐구를 위해 가는 곳이라 생각할 때 IB가 그 본질에 집중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173p, IB를 경험한 학생의 소감

*

영어덕후 시절에 <가십걸>과 <길모어걸스>를 보면서 미친듯이 부러워하다 결국 깨달은 게 있다면, 과학고 불합격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아이비리그에 가려면 영어는 물론, 예체능과 토론대회, 인턴까지 섭렵해야하는데다 학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IB 프로그램이라면 유학도 조금은 순한맛으로 다가온다.

공부를 잘 하는 법의 핵심은 자발적인 독서와 토론(적어로 책수다를 함께할 수 있는 멘토 한 명)이다. 이과 영재가 아니라면 특히, 한국 교육과정은 여전히 딱딱하다. (내가 유연한 교육과정을 경험한건 일종의 특혜였을 것이다.) 이제는 IB가 도입되는 중이니 눈과 귀를 열어둘 필요가 있겠다.

(학지사 도서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덟 밤
안드레 애치먼 지음, 백지민 옮김 / 비채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답게 군다는 건 가면을 벗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얼굴을 흉내내겠다고 가면을 청하는 것과 같았다. 배역을 연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의 배역을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
-361p, 세 번째 밤

​마치 우리가 여기서 함께하고 편안함을 느끼려면 그것은 마치 호퍼의 그림 속의 무언가만큼이나 평범하고 꾸미지 않고 쇠퇴해야 한다는 것을 이 장소가 이해한 듯했다. 꼭 립톤 티처럼, 꼭 그녀의 머리카락을 계속 문지르던 저 격자무늬의 모조 리넨 커튼과 우리가 차를 마시던 이가 나간 두꺼운 도기 머그잔들처럼. 나는 그녀와 내가 호퍼의 그림 속 영원히 요양 중인 환자들과 같지 않았나 의문이 들었다. -399p, 세 번째 밤

*

<가장 인상 깊었던 밤>

세 번째 밤은 그들이 즉흥적인 데이트립이자 로드트립을 다녀오는 날에서 이어진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만나 기나긴 (모두와 함께하는) 밤을 보낸 남녀 주인공, ‘나’와 클라라는 새해 파티까지의 일주일 동안 썸을 타고 있다. 그들이 급격하게 가까워지는 이벤트라면 (비록 ‘나’는 빵집을 계속 외쳐댈지라도) 이 시골여행만한 것이 없다.

​독자의 입장에서 함께 데이트하는, 적어도 데이트를 관전하는 느낌의 낮과 밤이 셋째날이었다. 갑자기 떠나는 여행, 기나긴 강변도로의 풍경은 이른 아침의 버스 여행(아마도 보스턴에 가던 날?)과 맞물렸고(아마도 같은 길에서 출발한다.) 몽환적인 미국의 아무 소도시가 생각나는 작은 식당과 어촌의 시골집은 일부러 복고풍(호퍼풍?)을 취한 듯한 미국드라마의 도입부를 소환한다.

*

나는 그들이 부러웠다. 나는 그들을 사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부러워하고 사랑하는 나 자신이 싫었다. -127p, 첫 번째 밤

우리는 걷고 가게에 들르고 선물들을 사고 계속 가고, 계속 갈 수 있었다. 언제까지요, 클라라, 내일, 내년까지, 영원히?
-443p, 네 번째 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와 엿새를 보내고 나니 나는 정신병원에 향하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584p, 여섯 번째 밤

*

<여덟 밤>은 기나긴 반성문일까, 상소문(?)일까?

​원하는 지도 몰랐던 사랑을 갑자기 만나서 정신없이 빠져드는 와중에 ‘나’는 너무 서투른데다 온갖 도망갈 핑계를 구구절절하게 늘어놓고 망상을 한다. ‘클라라’는 ‘나’에 의해 무참하게 재구성된다. ‘클라라’ 중 한명으로서 그 입장을 취하면 인류애가 무너진다. 그러나 ‘클라라’를 사랑했거나, ‘클라라’를 질투해 본 들러리에게는 이 치밀하고 구차한 변명이 너무도 익숙하다. 버전 1의 나자신이 버전 2의 나자신에게 엿먹고 있는 상황인 듯 하면서도 버전 2의 나자신은 그런 버전 1의 나자신이 엿같은 심리전.

​분명 대다수가 올라프나 레이철의 입장을 취할 것 같은데 그걸 예상한 듯한 분량이다. (이렇게 길게 욕해놓고 한 단어로 요약한다고?)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걸로 모자라 상대방을 모함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거라 믿었다. (믿을 수 없어서 모든 걸 상상으로 여기는 걸까?) 영리한 독자라면 초반에 눈치챘겠지만 ‘나’에게는 뿌리깊은 결핍이 있다.

그가 딛고 일어설지는 모르겠다. ‘클라라’의 속을 긁으면서 (어느 정도까지는) 시도해보겠지. 그녀는 내가 이러는 걸 안다는 식으로 끝없이 상상의 탑을 쌓지만, 너가 이러는 걸 알면 그녀는 어서 도망가야하지 않을까.

*

날조된 ‘나쁜 여자’가 날조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 클라라를 고발하는 것 같지만 클라라에 대한 오해를 고발하는 글로 읽힌다.


(출판사 도서 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 1
성수진 외 지음 / 열림원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선하고도 탄탄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 1
성수진 외 지음 / 열림원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사는 도시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내심, 아니 너무나도 나는 그것을 서울이라는 장소로부터, 그곳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는 가상의 집단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다. 모순이라고 여기면서,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우스워하면서 고민을 이어 갔다. -34p, ’눈사람들, 눈사람들‘ 수상 소감(성수진)

소설에는 소재와 주제를 선택하는 감각뿐 아니라 거리를 두거나 고쳐 쓰는 숙성의 기간, 엉덩이로 고독감을 견디며 문장을 매만진 작가의 시간과 노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눈사람들, 눈사람들‘에는 작가의 지문이 선명하게 보였다.
-170p, 심사평(안윤)

​장르나 형식, 제도적 등단 절차에 구애받지 않는 작가들을 위한 플랫폼 문학웹진 림의 정신을 조심스럽게 확장하는 자리에 림 문학상이 놓여 있다. “무성하고 이채로운” 림의 세계를 빛내 줄 신작을 기다린다. -159p, 심사 총평_이야기의 숲을 채울 소설을 기다린다(대표 집필 소영현)

*

부커상 도장깨기가 어느 시점부터인가 젊은작가상 도장깨기가 되어있었다. 작년부터 읽기 시작한 몇몇 (젊작 출신) 대표작가들에 대한 애정(애증?)이 깊어짐과 동시에 새로 알게된 작가들이 자극하는 호기심은 내 안의 무언가와 그들 각자의 무언가가 만나서 끝없는 시너지를 일으켰다. 어떤 대상 수상작가에 대해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얼떨결에 맡아두게 된 소설보다 시리즈는 어느덧 열 권이 되었다.

​올해 개시한 공모전 중에서도 림 문학상의 경우 웹진 LIM과 림 젊은 작가 소설집의 존재가 반영된 기대감도 있었고, 공모전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컸으나 발표가 언제 나오는지 몰라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 몰랐던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빅 이벤트가 생겼고 또한 그에 못지 않은 사건들로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어쨌든 수상작품집의 출간 소식과 서평단 이벤트마저 빠르게 입수한 결과 일반 독자로서는 가장 먼저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읽기에 앞서 온라인 쇼핑을 통해 한정판 비하인드북도 확보했다. 출간 기념 전시는 지났지만 북토크는 이번주 토요일이다.
(알라딘에서 예약가능)

*

누구나 자신이 떠올리는 자기 자신의 거울상이 있다. 그 거울 안에서는 블랑쉬가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다가 학생을 유혹한 게 들키는 바람에 쫓겨났다는 과거쯤은 괄호 안에 넘어 두고 폰트를 줄일 수도 있는 일이다. -49p, 포도알만큼의 거짓(이돌별)

김기태 작가님의 ’일렉트릭 픽션‘이라는 단편을 재미있게 읽었다. 이런 소설을 써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썼다. -비하인드북 16p, 작가 노트(이돌별)

*

내게는 새로운 작가들이라 기대를 품고 순서대로 읽었다. 고하나의 ‘우주 순례’와 대상 수상작인 성수진의 ‘눈사람들, 눈사람들’은 즐겨읽는 소재인 산책(또는 여행)에 철학(또는 과학)의 깊이가 더해져 만족스럽게 읽혔다. 김기태 작가의 ’보편 교양‘이 생각났던 이돌별의 ’포도알만큼의 거짓‘은 작가 노트에 언급된 ’일렉트릭 픽션‘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는 건 장진영 작가의 이름을 책표지에서 많이 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품집 전체를 봤을 때도 이서현의 ’얼얼한 밤‘과 장진영의 ’날아갈 수 있습니다‘의 주파수가 오히려 높은 편으로 느껴졌다. 그야말로 얼얼하게 날아다니는 느낌으로 마지막 작품과 심사평까지 읽게 됐다.

*

​문제는 꾸준히 다닌다고 유지가 되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 특별한 기술이 없었으니 경력은 경력이 되지 못했고, 잘 다니다가도 오디션이 있어나 출연 기회가 생길 때면 과감히 포기했다. 어쩌면 늘 끝을 생각해서 끝나 버린 건 아닐까.
-110p, 얼얼한 밤(이서현)

나는 전부터 테마파크를 좀 좋아하는 편이었다. 테마파크이면서 아닌 척하는 바깥보다 솔직하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병동도 좋아한다. -146p, 날아갈 수 있습니다(장진영)

*

​젊은 감각을 발굴하되 1회 수상작인만큼 심사위원들도 치열하고 까다롭게 선정한 작품들이다. 신인 작가 혹은 미래 스타작가의 초기작을 읽은 뿌듯함이 있다. 새로운 책속의 친구들이 생긴 것은 덤.

(출판사 도서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