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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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무의식 속에서 이슬람과 한없이 연관 짓는 단어 다섯 개는? 분노, 분리, 자살, 나쁜, 죽음.
그 순서로요?
음, 사실 죽음이 첫 번째였죠. -218p

돈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야.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능력이 있는 사람들. 그들도 다른 모든 사람처럼 피해를 입을 거야. 백악관에 있는 개자식도 말이야, 심장병에 걸렸을 때 누구를 불렀지? 네 아버지였다. 킹 에드워드 의과 대학 수석. 바로 네 아버지. -472p

극작가인 아야드는 기독교의 땅에서 사는 무슬림의 미국적 딜레마와 고통을 글에 담아내어 퓰리처상을 받고 미국의 대표적 무슬림 출신 작가로 부상한다. 하지만, 그는 무슬림의 배타성과 폭력성, 미국의 약탈적 자본주의를 동시에 비판하며 양쪽에서 배척당한다. 파키스탄에서는 그의 글이 신성 모독법을 위반했다며 입국을 금지하고, 미국에서는 911 공범 취급을 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515p, 옮긴이의 말

*

도널드 트럼프(의 주치의의 아들), 2세대 이슬람계 이민자, 갈색 피부(그런데 인도계가 아닌), 극작가(연극과 생활의 상관관계여-), 아슬아슬하게 책임을 면한 정크본드 수혜자(?), 방종한 시기를 보낸 (헤테로 남성)예술가, 그(들)은 이곳저곳에서 막다른 길에 갇혀있던 뇌세포를 어딘가에 통합시켰다. 잠깐.

그런데 이거 메타픽션이야?

*

예술가라는 자의식은 가끔 필요하지만 가끔 독이 된다. 명예나 부는 유의미한 수준으로(가져본 적은 없지만) 확보하기 전에는 잠재적 욕망(그런데 어지간한 은둔자가 아닌 이상 드러나는)이기에 동기부여를 해주기도 하고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이민자(보다는 그 후손, 1.5세대 이상의 원어민)에 대한 부러움은 그들을 연구(?)하면서 놀라움(경이 혹은 경악)과 존경과 좌절(?)로 이어졌다. 아야드 악타르가 ‘강조’하지는 않았으나 그가 이슬람계 ‘남성’이기에 겪어야만 했던 일과 그럼에도 겪지 않아도 되었던 일은 복합적인 고통의 시간이었다. 은사님을 앞세워(?) 찰진 스토리텔링으로 극사실주의(그런데 살짝 몽환적인) 논픽션(인가?) 장편소설에 정신없이 빠져들게하는 기술은 그 내용의 만족도(어쨌든 만족함)에 대응하는 바람직한 그릇이었다.

측근들의 비리와 부정을 심하게 폭로(!)하기에 픽션이어도 이상한 이야기를 마치 전래동화인양 풀어놓는 대담함은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킨다. (저자의 재능이 뛰어날수록 관전이 안 되는 것도 병인가?) 애도하는 노래인 애가, 앨레지를 바칠만큼 사랑한 나라를 어디라고 콕 찝어서 말할 수는 없다. (여기까지 책에 실린 ‘토론을 위한 질문 및 주제’를 참고한 감상이다.)

미국의 이면을 볼만큼 봤다고 생각하는 것과 공들여 수집한 날것의 서술을 직면하는 건 다른 차원이었다. 여전히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조차 촘촘하게 비하되는 갈색피부에 대해 알아내야 할 것이 많다. <블랙리스트>, <브리저튼>, <굿 플레이스> 등 드라마에서 긍정적 측면을 보기도 하지만 블록버스터가 잡아낼 수 없는 세부사항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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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더 집착해요. 그래서 서구가 우리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을 바로잡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죠.
-222p

사흘 후 그녀에게 전화가 왔고, 우리는 미드타운의 한식당에서 만났다. 나는 그녀와 마주 앉아 한 시간 동안 그녀가 소고기가 안 들어간 비빔밥을 먹으며 들려준 성매매 관련 이야기를 메모했다. 나는 그녀를 두번 더 만난 후 마침내 어느 날 저녁 우드사이드에 있는 그녀의 집 거실에 들어가게 되었고, 화장실 밖에 놓인 책장에서 아버지 사진을 발견했다. -394p

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은 축소되고, 역사학, 철학, 문학, 음악, 사회학 관련 학과는 사라져 가고 있었다. 도서관들은 해마다 새 책을 들여오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산이 줄어드는 걸 지켜보아야 했다. -4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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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드 악타르 덕분에 책더미에 깔린 리베카 솔닛과 사치 코울의 에세이,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수록된 장영은의 <여성, 정치를 하다>, 한글판과 영어판을 소장하고 있는 타네히시 코츠까지 소환하게 됐다. 새삼 다양하고도 갈길이 먼 독서목록을 한번 더 점검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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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위로 - 북유럽에서 나를 찾다
이해솔 지음 / 이타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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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신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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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드라마 - 윤소희 장편심리소설
윤소희 지음 / 학지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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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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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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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거기에 다니고 있는 나는 학기 말에 이르렀는데 아직도 강의실이 어디인지 파악을 못하고 있다. 필요한 교재도 찾지 못한 상태다. 그러면서 강의실이나 기말고사장을 찾아 헤매고 있다. 두려움이 밀려온다. -337p, 와일드카드

어머니의 기대는 내게 내면화되어 성공하고, 두각을 나타내고, 중요한 일을 이루고 싶다는 더 강한 야망으로 피어났다. 마치 어머니의 기준을 크게 뛰어넘어 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거론 할 필요가 없게끔 만들어야만 할 것 같았다. -485p,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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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을 부르는 회고록이 나왔다. 감사의 말에 수록된 아주 많은 사람들, 전설의 편집자들이 완성한 책이지만 빌 게이츠 본인의 필력이 그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여느 성공담과 다른, 성공보다는 오히려 상실, 애도와 실패에 초점을 맞춘 성장기 <소스코드: 더 비기닝>은 빌 게이츠가 이어갈 회고록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빌 게이츠가 돌아본 어린 시절은 당돌했지만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부모와 외할머니의 한결같은 사랑이 그에게 계속 자신감을 제공했다. 우리 남매는 (나는 빌에게서 나와 동생을 동시에 본다.) 싸우느니 몰래 자기만의 성을 쌓았다. 부모님은 자신들을 넘어서길 원했지만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지는 몰랐고, 대리만족 실행자인 우리는 야망에 비해 자원이 부족했다. 도서비에는 한도가 없었으나(이건 정말 필수다!) 빌이 네이처를 스크랩할 나이에 나는 중고 과학앨범을 거쳐 과학동아를 구독했고 그 다음에 읽어야 할 책은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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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대됐던 부분은 대학에서 예상된 좌절이었다. 이미 동부 엘리트가 주인공인 소설, 드라마를 반복해서 봤기에 안다. 훌륭한 부모의 자식이 동부의 지식자본과 문화자본을 세습한 다른 아이들에게 치일 것은 자명했다. 그의 좌절에 위로받는 건 부차적인 목적이고, 그걸 넘어선 현재와 미래, 그러니까 우리가 넘어설 미래에 위로받고 싶은 것이다.

빌은 이걸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어디 나만 그러겠어, 어디 너만 그러겠어. 더구나 수학이라면, 이미 좌절을 거듭한 나는 언제부턴가 학문적인 학문을 기피했다. 물론 노오력이 필수였다는 걸 나도 뒤늦게 알았다. 대체로 몰래 공부하거나, 벼락치기를 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10년이 지나서야 진짜 공부를 겨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도 악몽을 꿨다. 꿈에 나온 16동은 실제 16동과 다르게 생겼지만 나는 매번 4시 30분 수업을 놓치고 캠퍼스를 헤맨다. 벼락치기의 악몽은 무의식에 새겨지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의 MBTI를 검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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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의 아이들은 부모와 선생님이 모든 답을 알고 있으리라 기대한다. 나는 점차 부모님과 선생님이 그렇지 않다고, 적어도 나를 만족시킬 만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고 느꼈다.
-96p, 합리적인

다른 사람들보다 20퍼센트 더 뛰어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타고난 재능은 어느 정도 작용하고 헌신적인 노력은 또 얼마나 중요한가? 전날보다 오늘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매일 끊임없이 집중하고 고심하며 얼마나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여야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걸까?
-289p, 단막극 배우와 파이브 나인

레이크사이드에서는 발판을 마련한 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는 것이 쉬웠다. 교사와 행정 직원, 학부모로 구성된 끈끈한 공동체의 지원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하버드에서는 훨씬 더 큰 수영장에서 홀로 헤엄쳐야 했다. 모두가 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을 했고, 모두가 남보다 앞서는 방법을 알았으며, 모두가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319p, 조숙한 철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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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남을 입증하고 싶은 욕구, 허세마저도 때로는 동기부여가 된다. 먼저 떠난 친구의 소망은 말할 것도 없다. 빌 게이츠는 어쩌면 자기만의 매력으로 더 많은 인정과 사랑을 원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 욕망이 귀인을 만나면 상상 이상의 먼 미래까지 내다볼 수 있다.



본 서평은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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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녹는 Entanglement 얽힘 1
성혜령.이서수.전하영 지음 / 다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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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얽힘에 얼마나 깊숙하게 얽혀 있는지는 각색-픽션화가 필요할 정도로 서술이 어렵다. 학원에서 만난 연하의 미소녀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했고 이미 어느 정도는 망했지만 나를 휘저었던 남자들보다 덜 망가졌다는 묘한 자부심(?)도 있다. 자연스럽게 멀어지거나 연락이 끊기는 것까지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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