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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40만 부 기념 특별판)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방구석 미술관 1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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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 명멸하는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떤 행위를 할 것인가? 그 행위 속에 '진짜 나'가 있는가? 그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진짜 나'를 발견하고 완성하는 것인가? -168p, 폴 고갱

*

폴 고갱의 사과(모과?)가 폴 세잔 폴더에서 발견된 이유?
피카소가 잽싸게(?) 마티스를 밟고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
<모던 패밀리>의 덕후들을 따라 미술관에 가게 된 캠(카메라 아니고 캐머런의 애칭)이 마티스와 칸딘스키를 착각한 이유?
시트콤 속 가상의 방청객이 왜 웃는지 그 타이밍을 모르겠다면 당장 <방구석 미술관>을 끼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볼 일이다.

문제의 세잔 폴더에는 세잔이 세잔인지도 모르던 시절 눈으로 선별해 촬영한 미국여행 사진 속에서 유난히 (모네 다음으로) 세잔의 그림이 많아서 놀란 나머지 세잔에 관한 에세이를 두 편이나 쓰면서도 모르고 지나칠 뻔한 미운오리, 아니 고갱의 사과가 있었다. 이제는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진출한 <방구석 미술관>을 이제야 처음 완독하지만, 본캐(?)가 미술에세이스트도 인플루언서(라고 부르지마 제발)도 아닌 '책수집가'인 만큼 대형서점 미술코너(실제로는 모든 코너를 거쳐 최근에 시, 소설로 복귀)를 이 잡듯이 뒤진 적도 여러 번, 게다가 이 책은 한 번 잡으면 최소 1챕터는 순삭이다.

그러니까, 몇몇 챕터는 이미 몇년 전에 읽었단 얘기. 그 얘기도 어디선가 했는데, 읽는 장소보다는 산책하는 장소인 '서점'에 앉지도 않고 서서 읽는 나를 어지간한 입담으로는 10분 이상 잡아둘 수 없다. 최애 장르인 소설에서 유일하게 애나 번스, 장르는 비소설이었으나 최애 작가인 김애란만 가능했던 그걸,

했다. 목욕하고 정좌하고 읽어야 한다고 믿었던 미술책이.
책방산책의 흐름을 끊고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한 권을 다 읽을 기세였는데....

*

사랑하지 말라! 결혼하지 말라! 오직 예술과 사랑하라!
-60p, 에드가 드가

​인간이 아무리 철학을 한다 한들, 결국 고통과 번민 속에 있을 뿐이다. 그것이 진실이다.
인간이 아무리 의학을 한다 한들, 결코 죽음을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진실이다. -113p, 구스타프 클림트

인상주의 작품들은 굳이 고도의 교육을 받지 않아도 미술을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품게 해주었던 것입니다. 간편한 튜브 물감까지 생긴 덕분에 프로, 아마추어 상관없이 야외로 나가 그림 그리기에 빠져 있던 시절이었죠. -151p, 폴 고갱

게다가 우키요에에는 보들레르가 항상 말하던 생각의 정수가 담겨 있었습니다. -182p, 에두아르 마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자 고정관념이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사물에 반사된 빛이었던 거죠. -209p, 클로드 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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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미술책도 읽고 보들레르도 읽고 유럽여행계획을 요리 보고 조리 보고 여행계획과 글쓰기를 통합하여 가보지도 않은 오르세 미술관의 방 번호까지 에세이에 언급하는 지경이 되었으나, 예술에 대한 열정이 전과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술에세이는 그 자체로 꼭 필요한 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애호가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버전의 읽고 쓰기가 가능하고, 읽기에서 쓰기로 확장하면 감상자에게 그림같은 묘사력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림은 좋은데, 아직 내 취향을 모르겠다면?

우선 <방구석 미술관>을 읽어보자.

*

인물 하나하나 뜯어 형태를 통찰해보세요. 삼각형입니다. 인물들이 모인 그룹 전체를 통찰해보세요. 삼각형입니다. 모든 인물과 배경에 나무들을 통합해서 보세요. 삼각형입니다.
-329p, 폴 세잔

아르누보? 유겐트슈틸? 외국어라 어려워 보이지만, '과거에서 분리된 새로운 예술을 하자'는 정신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진보 예술가들이 만든 명칭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297p, 바실리 칸딘스키

관객을 관찰자가 아닌 창조자로 보았죠. 과거의 어떤 예술가가 관객을 이렇게 보았던가요? -326p, 마르셀 뒤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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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에서 책으로 떠나는 미술관 여행! 재미있게 교양 충전이 가능한 <방구석 미술관>의 40만부 기념 특별판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 출판사 도서제공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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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건 슬픔이 됩니다
히토쓰바시대학교 사회학부 가토 게이키 세미나 지음, 김혜영 옮김, 가토 게이키 감수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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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왜곡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입문서로 제작되었으나 저자들이 한국에 진심인만큼 지적이고도 진솔한 서술을 했기에 한국은 물론 아시아와 전세계인에게도 의미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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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건 슬픔이 됩니다
히토쓰바시대학교 사회학부 가토 게이키 세미나 지음, 김혜영 옮김, 가토 게이키 감수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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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일인은 탈무드와 토라에 평생을 바쳤다 그에게 왜 공부를 하느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유리잔을 감싸쥐더니 미안해서요라고 답했다 창밖에는 느티나무가 햇살과 섞였다 어느 일본인들은 매달 모여서 윤동주를 읽는다고, 어느 한국인은 히로시마 피폭자의 피부를 보고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울었다
-그런 나라에서는 오렌지가 잘 익을 것이다(고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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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는 '최종적'이거나 '불가역적'이지 않아야 비로소 '해결'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50p, 한국 연예인은 왜 '위안부' 굿즈를 착용해?

애초에 대한제국은 일본에 의해 이미 외교권을 박탈당했기 때문에 일본과 정당한 조약을 맺을 수 없었다. 즉 '한일병합조약'은 일본 정부가 일본 정부와 맺었다고도 할 수 있는, 말하자면 자작극의 산물이었다.
-76p, 왜 한국 연예인은 8월 15일에 '반일' 글을 올리는 거야?

원폭 피해는 일본인만 입은 것이 아니다. 식민지 지배로 삶이 파괴되어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이주해 오거나 징용 등으로 강제 연행되어 온 조선인도 원폭 피해를 입었다.
-118p, 케이팝 아티스트가 입은 '원폭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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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관계'나 '젠더 이슈' 같은 낱말은 중립을 가장해 차별을 묵과하는 사실상 차별어라고도 할 수 있다. 스스로 어떤 정체성을 주장하던 논쟁을 회피하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차라리 말을 안하면 안했지, 그런 어정쩡한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은 이유다.

역사는 서술자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역사는 어디까지나 주류의 역사다. 이 책은 일본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한반도와 일본의 역사를 어떻게 대해왔는지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나고 자란 한국(남한)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역사의 불완전함과 별개로 일본 사람들 스스로 모순을 인식하고 과거의 오류를 인정하는 과정 자체는 의미가 있다.

특히 피해국가이자 피해젠더인 한국 여성들조차도 종종 묵과해온 한국과 일본의 성차별 역사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일면 놀랍기도 하다. 불편함을 마주하기. 또한 한반도의 남북 문제와 한국인의 외국인 차별 등에 대해 우리 또한 각자의 위치에서 각성해야 함을 일깨운다. 일본과 한반도의 가해-피해 구도로 단순하게 읽히지 않는다. 한국인 입장에서 일본 사회와 지배계급의 행태에 분통이 터지기도 하지만, 저자들이 사유하고 토론한 차원이 예상을 뛰어넘기에 그만큼 우리의 인식도 확장할 필요를 느낀다. 몇 개의 단어로 요약할 수 없는 역사와 현실을 받아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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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역사를 배우지 않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운' 일이고, '자신을 깎아내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외면하고 싶은 사실까지 직시하고 반성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의의 아닐까. -168p, 케이팝을 좋아한다고 비판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해?

당사자의 영역에 서슴없이 침입해 당사자가 말하게끔 하고 있잖아.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걸 몇천 번, 몇만 번이나 해와서 지쳤어.
-186p, 단순한 케이팝 팬이 역사를 배우기 시작한 이유

양보를 강요당한 사람들은 고통 속에서 분열되고 상처받는 것 아닐까? -210p, 한국인 친구가 생겼지만......

과거의 악행 때문에 생긴 차별의 구조에 올라탄 현대인은 이익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고, 과거의 잘못을 풍화시키는 과정에는 당사자로서 관여하고 있어. -221p, 어떻게 역사와 마주하는가

한반도의 근현대사와 일본의 조선 침략 및 식민지 지배를 공부하는 것은 내가 속한 사회, 혹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나 인식을 재고하는 작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학생들의 논의 과정이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232p, 책을 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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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왜곡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입문서로 제작되었으나 저자들이 한국에 진심인만큼 지적이고도 진솔한 서술을 했기에 한국은 물론 아시아와 전세계인에게도 의미있을 책이다.

​​태연한책장 @taeyeon_books 서평 이벤트를 통해
​해피북스투유 @happybooks2u 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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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말들 - 인생에 질문이 찾아온 순간,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
태지원 지음 / 클랩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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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지식이 없어도 글의 호흡을 따라가기 충분하다. 꼭 필요한 지식은 글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에 채워진다. 매주 방영되는 교양 프로그램처럼 짧지만 알차게 이루어진 각 챕터를 읽다보면 글에 담긴 사유가 본질적이라 쉽게 넘어가지는 않는다. 그림과 대화하며 머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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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말들 - 인생에 질문이 찾아온 순간,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
태지원 지음 / 클랩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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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잘하고 싶었고 실패하기 싫었다. 전력 질주하다 실패하는 벽에 깨지고 부딪히기 싫었다. 차라리 노력을 덜 하면 실패하더라도 덜 억울할 것 같아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는 일이 잦아졌다.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이 무기력에 이른 것이었다.
-44p,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무기력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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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 장 프랑수아 밀레*, 요하네스 베르메르*, 호아킨 소로야, 테오도르 루소*, 툴루즈 로트레크*, 주세페 아르침볼도, 폴 고갱*, 귀스타브 카유보트, 클로드 모네*, 디에고 리베라*, 칼 라르손, 폴 세잔*, 외젠 들라크루아, 오노레 도미에*,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등 익히 듣고 봤던 화가의 그림들(*표시한 화가는 한국과 미국에서 직관)과 새로 알게된 그림, 스타일을 알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했던 트롱프뢰유 기법과 바니타스화까지.

풍부하지만 과하지 않은 담백한 교양을 충전하면서 진정성 그 자체인 저자 태지원의 우아한 솔직함을 한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으로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한 저자는 출간 후에도 연재를 계속하여, 후속작인 <그림의 말들>로 감동적이면서도 잔잔한 웃음이 감도는 치유의 시간을 선사했다.

연재 브런치북을 통해 저자의 글을 접하고, 매주 그녀의 글을 기다리다가(그녀는 지금도 연재중!) 저서중에 미술에세이가 있어서 구입했는데(읽고 있던 미술책과 쓰고 있던 미술에세이가 슬럼프에 빠져서 시간이 지체됐다.) 특히 종이책으로 만난 그녀의 글에서 그림 감상을 통한 힐링에세이를 오래 연재해온 내공이 느껴졌다.

비록 슬럼프라고 하나 ​읽어본 미술책들의 저자가 대체로 문학자였다. 미술 지식에 더해 문장력까지 쌓이는 뿌듯한 시간을 보냈으나 기억이 금방 증발되어 아쉽다. 그럼에도 미술책은 그림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충분하다. 언젠가 소로야와 세잔의 원서 도록을 구입할 것이다. (일단 서재부터 확장이전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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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존재하는 규칙은 너무도 세밀하고 촘촘하게 우리의 내면에 스며들어 있어 당연한 것이라 여기기 쉽다. 가령 가족의 역할이나 능력주의, 인간관계와 사회성을 둘러싼 수많은 당위와 규칙들, 우리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따지고 보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헛것'일 가능성도 크다.
-121p, 마음속 규칙을 파쇄해야 하는 순간

전혀 괜찮지 않은 상황에서 씩씩한 척하는 스스로가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해서 괜찮다고 생각해온 건 아니었을까? -163p,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던 예술의 고정관념에 물음표를 던진 것, 뒤샹이 현대미술에 남긴 가장 중요한 업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190p, 취향에 등급이 따로 있나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짐을 등에 짊어진 채 오래달리기를 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나 아닌 누군가의 삶'에 대한 부러움이 줄어든다.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며 낭비하는 내 시간도 조금은 줄어든다. -220p, 사는 게 놀이터인 사람은 없다는 사실

이처럼 인생의 유한함, 생의 부질없음을 전달하는 정물화 장르를 '바니타스화'(Vanitas는 라틴어로 헛되고 덧없는 것을 뜻한다)라 불렀다. 주로 꽃과 함께 해골, 썩은 과일, 연기나 모래시계, 악기 등을 그림에 나타내는데, 이런 사물들은 '죽음'이라는 인간의 숙명을 상징한다. -255p, 화양연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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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지원 작가는 성실하게 글을 쓰면서 자아성찰을 하고 그 과정을 아주 진솔하게 브런치와 지면으로 담아내기에 배경지식이 없어도 글의 호흡을 따라가기 충분하다. 꼭 필요한 지식은 글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에 채워진다. 매주 방영되는 교양 프로그램처럼 짧지만 알차게 이루어진 각 챕터를 읽다보면 글에 담긴 사유가 본질적이라 쉽게 넘어가지는 않는다. 저자가 어려운 말을 해서 독자를 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쉬운 말로 깊은 질문을 하기에 독자 스스로 깨닫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가볍지만 사유를 곁들인 정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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