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트레버 - 그 시절의 연인들 외 2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5
윌리엄 트레버 지음, 이선혜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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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패했어. 윈턴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어. 그녀는 자신의 집 앞에 와 있었다. - P86

에포스는 점점 더 늙어 가는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팡 이를 짚고 걸었으며 영화는 눈을 피로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전처 럼 책을 읽지도 않았고 애써 긴 대화를 나누는 것에도 싫증을 느꼈다.
그녀는 모든 변화를 지극히 철학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또한 이 모든 변화에 보상이 따른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녀는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점점 더 큰 즐거움을 느꼈다. 그녀는 다시 살고 싶은 순간들을 아주 생생하게 다시 체험했다. 실제 삶에서와 달리, 원하는 순간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기 분좋은 일이었다. - P103

그녀는 작별 인사를 하면서 노먼턴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이 그를 집어삼킬 듯 쳐다보았다. 노먼턴은 저 눈이야말 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고 그녀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 주 는 것이라고 잠시 생각했다. - P266

그녀의 눈은 그녀가 뛰어난 자질을 지닌 여
•인임을 신비롭게 드러내 보였다. 그러나 이 이른 아침에 그는 또 다른 진실을 깨달았다. 그는 허상에 불과했다. 그녀는 자질을 지었지만 그는 그렇지 못했다. - P269

애트리지는 두 사람의 얼굴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들은, 애트리지가 마타라 부인의 난감 한 처지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해하려고 노력할 능력조차 없는 사 람들일지도 몰랐다. - P308

그런데 더모트는 조이스 씨가 베풀어 준 너그러움과 조심성을 보란 듯 이 내동댕이쳤다. 북아일랜드의 가톨릭교도들이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을, 수대에 걸쳐 가해진 부당함이 뒤틀려 그들이 내세우는 대의명분 의 빌미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평생 풀럼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노인에게 말해서는 안 되었다. - P345

말비 부인을 찌른 팔꿈치는 배상금 을 받게 될 테니, 게다가 입은 손해보다 더 많은 돈을 받게 될 테니 이 제 모든 문제는 해결된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또 그 팔꿈치는 말비 부인이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바뀐 환경에 적응해서 편하게 지내게 될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 P371

교사는 그녀가 하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은 채 애매하게 고개를 끄 덕였다. 그는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죠, 말비 부인. 결손가정의 희생양들 말입니다." - P375

토리지는 여전히 토리지었기 때문에 이런 소문은 훌륭 한 농담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토리지를 미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 었기 때문에 농담이 터뜨리는 웃음 속에서 악의란 찾아볼 수 없었다. - P387

제 사람이 어렸을 때 누구나 인정하면 비슷한 생김세는 바인에 월
트셔와 메이스해밀틴 둘만 있을 때는 어렴풋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 밖에 안 되었다. 그러나 지금 애로스미스가 합류하면서 부족하던 부분을 보충해 주기라도 하듯 셋은 또다시 너무나 닮아 보였다. 세 남 자는 똑같이 살이 쪘고, 애로스미스의 얼굴에 감도는 분홍빛은 나머지 두 명의 얼굴에도 똑같이 어려 있었다. - P394

토리지는 전혀 살도 찌지 않았고 중년에 접어들면서 체중이 약간 줄었다. 그는 이제 오히려 호리호리해 보였고 움직임 역시 가벼웠다.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토리지는 조심성이 많은 탓인지 행동이 느렸었다. 옅은 색 리넨 양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토리지가 탭 댄서처럼 날렵한 걸음걸이로 우드랜즈 호텔의 식당을 가로질렀다. - P397

그녀는 잘은 모르 지만 토리지가 과거의 모습과 달라서 기뻤다. 그러나 그녀는 토리지 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에게서는 적의가, 예술품의 분위기를 풍기는 냉혹함이 느껴졌다. 그가 말한 순진성을 상실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재창조하기라도 한 듯 토리지 자체도 예술품처럼 보였다. - P400

테이블을 차지하고서 떠나지 않는 것은 바로 토리지었다. 차 가운 미소와 탭 댄서 같은 우아함으로 무장한 토리지는 분명히 실패한 어린 시절임에도 그 흘러간 시간에 등을 돌리지 않았고, 중년의 남 자가 되어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모두의 눈앞에 앉아 있었다. - P408

그러나 어머니의 눈은 너는 실수하는 거라고, 성지순례 같은 과시적인 일을 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끊임없이 프랜시스에게 말하는 듯했다. ‘여정을 완벽하게 짰어.‘ 그의 형이 샌프란시스코에서 편지를 보냈다. ‘우리는 무엇 하나 놓치지 않을 거야.’ - P416

그러나 기억할 수 있는 한 그에게 익숙하기만 한 십사처는 지금 이 순간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노력해도 예수의 수난 길은 그의 상상 속으로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몸이 지금 거칠게 떠밀리고 있는 시끌벅적한 길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다니는 소박한 성당이 문제의 본질에 더 가까운 것처럼 느껴졌다. - P420

그는 한밤중이 되어서야 침대에 가서 누우려고 자리에서 일어셨다.
그는 자신이 휘청거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신부가 담뱃재가 잔뜩 떨어진 사제복 차림으로 예루살렘에서 저렇게 취해 있다니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 P435

사랑은 정도를 벗어난 그들의 행위를 용서해 주었다. 그들은 오직 사랑 때문에 호텔 직원들의 눈을 속였고 이런 행동을 할 용기 를 얻었다. 노먼과 마리는 사랑이 모든 것을 용서해 줄 거라고 굳게 믿 었다. - P459

노면은 이따금 지하 철에서 눈을 감고는 그의 가슴속에 남은 크나큰 기쁨을 맛보면서 섬세한 줄무늬가 있는 대리석과 거대한 놋쇠 수도꼭지 그리고 두 사람 이 충분히 들어갈 만큼 커다란 욕조를 떠올리고는 했다. 이따금 그의 귓가에는 어렴풋한 음악 속에 섞인 현악기를 퉁기는 소리와 비틀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틀스는 엘리너 릭비를 비롯해 그 당시의 여러 인물들을 찬양한 것처럼 목욕탕에서의 사랑을 찬미하고 있었다. - P408

플랙스 교수는 남을 속일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그가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 앞에서 사기꾼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는 이제 제임스 조이스 작품 동호회 회원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게 되었다. 24시간 안에 그의 학생들 역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 P547

"늙고 가엾은 플렉스 교수가 헤퍼넌한테 한 말이라고는 ‘ 아직 도 여기 있군요‘가 전부였어"
-중략-

우리는 플랙스 교수가 장난 삼아 건넨 농담에 대해서 말했고, 그 농담이 헤퍼넌의 자존심을 얼마 나 크게 상하게 했는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우리는 이야기 속의 젊은 여자를 도둑질로 이끈 사랑에 감탄했고, 나이 든 여자를 속임 수에 가담하게 만든 욕심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피츠패트릭은 자신의 지나친 나태함을 짧게 언급하면서 이 역시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인간의 나약함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P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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