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이 떠난 거리 - 코로나 시대의 뉴욕 풍경
빌 헤이스 지음, 고영범 옮김 / 알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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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떠난거리는
저자 빌 헤이스가 펜데믹이 발생한 초기 100일 동안 뉴욕의 나날을 기록한 책입니다.
한국 독자들에게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인사를 건네는 시작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이 이 기록을 남기게 된 이유에 대해 ‘우리를 둘러싼 것들이 얼마나 빨리 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삶의 이런 다양한 모습들을 얼마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는지를 상기시키고 싶었기 때문‘(p.11)이라고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 이미 가슴이 먹먹해 졌습니다.
불과 몇개월 전에 가람들을 만나고 영화을 보고 공연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은 꿈을 꾼 것 같이 느껴지니 말입니다.

팬데믹 상황의 한 가운데인 지금, 이 상황이 언제쯤 끝난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봅니다. 이전의 생활은 이미 온데간데 없습니다.
종식됐다거나 백신을 개발했다거나하는 뉴스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확진자수나 사망자 수가 적은 우리도 조금만 방심한듯하면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안고 하루를 버텨내는 기분은 모두 마찬가지 아닐까 합니다.

1-61까지의 이야기들은 이어지기도 하고, 전혀 상관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바로 지난 해에 있었던 이야기, 몇 년 전의 이야기 그리고 팬데믹을 지나고 있는 ‘뉴욕의 이야기들‘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경험, 우울증 그리고 새로 시작한 사랑과 펜데믹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이 시기를 지난 이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담겨있습니다.

저자가 2019년에 찍은 사진들은 아주 먼 옛날 이야기 같다. 사람이 없는 텅 빈 도시 ‘뉴욕‘의 모습은 쓸쓸함을 넘어 비현실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게 사진 찍을 당시(2020년 3월)의 현실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너무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 상황을 ‘아직 살아 있는 동안에 삶을 조금씩 잃어버리고 있는 것 과도 같다.‘(p147)고 합니다.

나열되는 숫자들. 하루도 빠짐없이 발생하는 확진자와 사망자. 그 자체가 공포로 읽히기도 합니다. 이 바이러스로 사망하게 된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애도의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시위현장의 소리로 끝을 맺습니다. 저자는 ‘지금 이 시간을 기록하기 위하여‘ 현장으로 향합니다.

한국에서는 2월 대유행(?) 이후 가장 높은 방역단계는 최근 시행됐던 2.5단계였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시행된 ‘록다운‘은 없었습니다. 저는 업무 특성상 학교 외부에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한 적도 없습니다. 계속 출퇴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래도 사람동선을 최소화하면서 고립된 듯한 기분은 분명 있었습니다.
여행을 떠날 수 없다는 것만이 불만이었지만 8월에 상황이 급변하면서 ‘무사히 지내는 것‘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쉼없이 울려대는 보안메세지는 사람을 옥죄는 것 같았고, 지인들을 걱정없이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했습니다.
거의 1년동안 이어지는 이 상황에 정말 ‘삶‘이 사라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빌 헤이스의 담백하고 가감없이 솔직한 문장들이 때로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렇게 이 기록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별빛이떠난거리#빌헤이스#고영범옮김#알마#독자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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