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잘 지내시나요, 올리버 색스 박사님? - 올리버 색스 평전
로런스 웨슐러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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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로런스 웨슐러는 80년 즈음 당시 뛰어난 신경학자면서 괴짜로 알려진 ‘올리버 색스‘의 저서 <깨어남>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는다. 당사자인 올리버 색스와 몇 번의 편지왕래 끝에 동의를 받습니다. 이후 4년 동안 전기를 완성하기 위해 두 사람은 의기투합 합니다. 그런데 올리버 색스가 갑자기 자신이 전기 집필을 중단할 것을 요청합니다. 그렇게 전기 집필 작업은 끝나는 것 같았지만 두 사람의 우정은 이후 올리버 색스가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사망하기 전 색스가 저자에게 전기를 출판해 줄 것을 ‘명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이 책으로 그 방대한 기록을 읽을 수 있게 됐습니다.
‘중간 전기‘의 성격으로 기획하고 있던 저자는 이미 색스의 자서전이 출간된 시점에서 자신이 그의 전기를 쓰기 위해 집중적으로 그와 교류하고 작업했던 4년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올리버 색스의 전생애를 반추하거나 그의 모든 저작과 업적을 아우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 책은 이미 그 모든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세부적인 사항들은 ‘자료집‘을 참고하거나,
다른 책을 참고하라는 친절한 안내도 빠뜨리지 않았고,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이라고 생각한 부분은 인용하고 있습니다.
평생 흰 수염이 가득한 얼굴로 살았을 것 같은 올리버 색스의 젊은 시절 머리카락과 수염으로 덥수룩하게 얼굴을 뒤덮고 있는 사진은 신선했습니다. 당연히 젊은 시절이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올리버색스>의 지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평면적인 인물이 아니라 다각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인데, 무엇보다 마치 그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서술이 재미있습니다. 인터뷰 서술이 특별한 기법은 아닐지라도 생생한 증언을 듣는 것 같은 문체가 책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이 특출난 신경학자에 대해 제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은 ‘약물중독에서 빠져나와 신경학과 관련된 업적을 이루고, 좋은 저작들을 낸 사람‘이라는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제가 읽은 개인적인 저작은 ‘고맙습니다‘였는데, 앞선 이야기들을 알지 못하고 자신의 삶에 감사하는 글을 읽은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인물로 남았습니다.
저자의 개인사를 모두 알아야할 필요는 없지만 ‘사람‘이 그렇게 단순한 존재는 아니라서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책 무게만큼이나 큽니다. ‘살아온 길’을 볼 수 있는 기회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 <깨어남>에 대해 연구하고 환자들을 돌보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붕괴되어가는 것을 목도하는 과정을 본인의 입을 통해 알게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조금은 <올리버 색스>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올리버 색스>의 저작을 빠짐없이 읽고, 또 그를 신경학자든 작가든 좋아하는 사람에겐 그대로 보물이 될 것이고, 저처럼 어중간하게 알고 있던 사람에게는 ‘신대륙을 발견하는 경험‘이 될 수 있는 책입니다. 누군가를 판단하기 보다는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물론, 준비없이 부딪쳐오는 ‘문화 충격’도 빠뜨릴 수 없는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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