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부학 책 《그레이 아나토미》의 비밀
빌 헤이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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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인간인 저에게 ‘해부학자’ 혹은 ‘해부학’은 의학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뛰어넘어야할 어려운 ‘과정’ 정도에 생각이 머물러 있었습니다.

표지에 적힌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고 잠시 어리둥절했습니다. 여기서 왜 드라마가 나오나 했습니다만 제 입장에서 ‘해부’는 사실 한 번 본적도 없는 외국 드라마 보다도 비현실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부학 책 <그레이 아나토미>’는 이 책에서 그 행적을 찾고 있는 해부학자 <헨리 그레이>의 저서 입니다. 지금은 고전에 해당하는 이 책을 당초 그레이는 ‘실용적인 필요’에 의해 집필 했다고 합니다.
서른 네살의 젊은 나이에 병사한 천재 해부학자 <헨리 그레이>와 관련있는 자료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저자 빌 헤이스는 단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이 기록을 접지 못하고 그의 행적을 찾아 나섰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놀란 것은 이 전기를 쓰기 위해 저자가 직접 해부학 수업을 청강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해부학에 대한 제대로 된 기초인식’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모든 작가들이 어떤 책을 완성하기 위해 수 많은 취재와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해부’라는 것은 의료 종사자가 아닌 다음에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저자의 해부학 지식의 성장과 함께 정작 그 행적이 드러나는 것은 자료가 거의 없는 그레이가 아니라 <그레이 아나토미>에 들어간 거의 모든 삽화를 그린 두 번째 헨리 ‘헨리 반다이크 카터’였습니다. 카터가 남긴 일기가 있었습니다. 그냥 생각해봐도 1850년대에 20대 청년이 쓴 일기가 훼손된 부분이 거의 없이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 같습니다.
저자의 해부학 실습과정과 함께 1850년대 성조지병원의 해부학 교실의 전경이 펼쳐집니다. 양자 사이에는 100여년 이상의 세월이 가로놓여 있지만 거부감없이 읽히는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한 번에 다 읽기도 힘든 해부학 용어들은 기억도 어렵고, 설명도 어렵습니다.(읽어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요소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광경은 경이롭습니다. 어딘가 다치기 전엔 실감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데에도 연결되어 있는 신경, 근육 그리고 뼈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합니다.

프롤로그, 1부 학생, 2부 화가, 3부 해부학자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된 이 책은 실존했던 인물과 그들의 행적을 쫓는다는 점에서 극적인 전개가 끼어들 여지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3부 해부학자들 부분에 이르러서는 좀 많이 뭉클 했습니다. 그레이의 자료가 왜 그렇게 없었는지 알 수 있는 단서들이 나타납니다. 저자의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 한 군데도 그냥 지나갈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책은 끝까지 읽어봐야 합니다. <해부학자>가 출간된 이후 헨리 반다이크 카터의 인생 여정은 그리 녹녹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단한 연구의 결실은 있었던 모양입니다.

스스로 “난 할 수 없다”고 굳게 믿었던 바로 그 사람이, 오늘날 많은 의학사가들에 의해 선구자-현대 과학 연구 방법을 열대병 연구에 응용한 최초의 과학자-로 인정받고 있다.(p.335)

에필로그에서 또 다른 이별이 나와서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첫 장을 넘기기 전 쓰여진 문장 <스티브 번 SteveByne에게>의 의미가 확실하게 다가왔습니다.



눈을 깜빡이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든, 팔과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며 폐를 들썩이든 운동이란 뭔가를 향해 질주하는 것이다. -목표를 향해, 결승선을 향해. 최선을 다해 맨 끝까지.(p.360)

#해부학자#헨리그레이#헨리반다이크카터#빌헤이스지음#양병찬옮김#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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