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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사과해드립니다 ㅣ 새소설 24
고요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10월
평점 :

고요한 작가의 전작 '내 남편을 팝니다'를 읽으며 아주 독특한 소재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는데 이번 신작 '대신 사과해드립니다' 역시 매우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누군가를 대신해 사과한다는 설정은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과와 용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우리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사과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사과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과를 건네는 사람에게 진심 어린 한마디일지라도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 속 주인공 역시 다른 사람을 대신해 사과하는 입장에서는 사과의 의미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신이 사과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자 이전과는 다른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는 자신이 대신 사과했던 사람들의 입장에 서보게 된다. 이 변화과 특히 인상적이었다. 제 삼자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었던 일도 내가 당사자가 되는 순간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이니까. 나 역시 타인의 잘못과 용서에 대해 쉽게 판단했던 순간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사과를 하는 사람의 진심만큼이나 사과를 받아야 하는 사람의 마음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사과했다고 반드시 용서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용서하지 못한다고 해서 반드시 옹졸한 사람인 것도 아니다. 결국 사과란 잘못을 인정하는 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상처와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까지 포함하는 것이 아닐까. 익숙한 인간관계의 문제를 참신한 소재로 풀어내면서도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고요한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이번 일을 하면서 사과에는 두 종류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받아줄 수 있는 사과와 받아줄 수 없는 사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