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심리학자 3년차 수련시절, 저장강박장애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청년을 한달동안 상담치료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나는 내담자의 삶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고 싶었고, 치료자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충분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치료가 끝났고, 그 경험을 오랫동안 치료 실패라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15년 전 만났던 그 내담자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특수청소부가 마주하는 공간은 단순히 더럽고 지저분한 장소가 아니다. 그곳에는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관계, 상처, 외로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가는 저장장애의 모습을 접하면서 과거 내가 만났던 내담자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부분이 많았다. 당시의 나는 어떻게 하면 이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물건을 놓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으려 했는지, 그 물건들이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충분히 바라보지못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임상에서 치료자는 증상을 변화시키고 삶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치료를 통해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변화시키려는 마음보다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판단하지 않고 바라보는 태도가 먼저 필요할지도 모른다. 특수청소 역시 단순히 공간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가 남긴 삶의 흔적을 존중하며 마지막까지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