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을 살려내는 특수청소부입니다
김도겸(근성마톡)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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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 3년차 수련시절, 저장강박장애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청년을 한달동안 상담치료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나는 내담자의 삶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고 싶었고, 치료자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충분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치료가 끝났고, 그 경험을 오랫동안 치료 실패라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15년 전 만났던 그 내담자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특수청소부가 마주하는 공간은 단순히 더럽고 지저분한 장소가 아니다. 그곳에는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관계, 상처, 외로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가는 저장장애의 모습을 접하면서 과거 내가 만났던 내담자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부분이 많았다. 당시의 나는 어떻게 하면 이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물건을 놓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으려 했는지, 그 물건들이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충분히 바라보지못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임상에서 치료자는 증상을 변화시키고 삶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치료를 통해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변화시키려는 마음보다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판단하지 않고 바라보는 태도가 먼저 필요할지도 모른다. 특수청소 역시 단순히 공간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가 남긴 삶의 흔적을 존중하며 마지막까지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가 진행될수록 원래는 깔끔하게 잘 꾸며두고 살았었던 집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런 사람이 한 사건으로 인해 무너지고 마음이 망가지면서 동시에 집도 망가지게 된 것이다.

p 81

이 책을 통해 사람을 살린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군가를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것만이 사람을 살리는 일은 아닐 것이다. 가장 힘겨운 순간에 그 사람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끝까지 존엄을 지켜주는 것 역시 사람을 살리는 일이 아닐까. 과거의 치료 실패를 다시 바라보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내게 단순한 특수청소 이야기를 넘어 치료자로서의 태도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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