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운다는 것 - 비우고 나면 열리는 새로운 문 ㅣ 파스텔 그림책 10
다다 아야노 지음, 고향옥 옮김 / 파스텔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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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아들과 침대에 누워 스킨십을 하며 책을 읽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간은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힘들었던 하루를 위로하고 내일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 '채운다는 것'과 같은 따뜻한 글을 읽을 수 있다는 데 감사하다.

8살 아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하루하루를 진정으로 채우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따뜻한 홍차만을 담아야 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찻잔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외딴 곳에 떨어진다. 더 이상 원래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차를 담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내 빗물을 품고, 물고기와 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들의 쉼터가 되어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름다운 달까지 품게 되면서 어찌보면 원래의 자신의 운명보다 더욱 숭고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아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던 부분은 이 부분이었다.

나는 찻잔이지만 꼭 차를 담지 않아도 괜찮을 지 몰라

아이는 이전에 신문을 읽으며 '편견'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떠올렸다. "찻잔에 차만 담아야 하는게 편견이지!"

잔이 자신의 본래 역할을 잃은 후에도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은 사람 또한 그의 가치가 능력이나 쓰임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따뜻하게 전한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에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서로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이야기 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 '채운다는 것'은 아이에게는 자신을 믿는 용기를, 어른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사랑해야 함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실수를 두려워하는 이아니 자신과 다른 아이들을 비교하며 자신감이 없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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