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밥 낮은산 작은숲 1
김중미 지음, 김환영 그림 / 낮은산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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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낯선 풍경들...
읽은 책- 종 이 밥

언젠가 군산에 있는 높은 다리 위에서 아파트와 크고 높은 건물들이 많이 보이는 쪽이 아닌 다른 쪽을 한번 본 적이 있다. 누가 사는지, 그 곳엔 무엇이 있는지 아무것도 모를 따름이었지만 판잣집이 즐비하게, 지저분하게 널려있었다. 그런 낯선 풍경들을 보니 왠지 내가 사는 군산 같아 보이지 않았고, 꼭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30년 전의 세상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내가 보았던 그런 곳에 살고 있는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듯하였다. 다른 친구들처럼 아파트에 살고 싶지만 가난해서 판잣집에 살 수 밖에 없고, 다른 친구들처럼 빨간색 곰돌이 푸 가방을 갖고 싶지만 가난해서 오빠의 낡은 책가방을 물려받을 수밖에 없는 그런 아이 말이다. 송이도 이와 같은 아이였다. 가난 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 다른 집에 가서 살 수 밖에 없었고, 가족들과 떨어지는 것을 끔찍하게도 싫어했다. 또 배가 고플 때면 밥도 없어 종이를 뜯어 둥글게 말아 먹으며 밥을 먹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이 이야기에 점점 빠져가는 것 같았고 송이가 가족들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장면을 읽게 되었을 때는 내가 마치 송이가 된 기분이었고, 송이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가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가난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 보지 않은 터라 별로 개의치 않았지만 만약 선생님께서 송이 같은 아이와 같이 놀아주고, 친하게 지내라고 한다면 싫어하고 그 아이를 피해 다닐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자 곧 내가 나쁜 아이였다고 느끼게 되었고 그것은 아주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 가난한 아이는 마음도 없고 상처도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가난한 아이라는 이유로 꺼려해서는 안 되고 피해서도 안 되며, 모두 같은 사람이고, 모두 같은 친구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또 아무리 좋은 곳으로 보내준다고 해도 절대로 가족들로부터 떨어지기 싫어하는 송이를 보고 일곱 살짜리 어린 아이에게 내가 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다시 전에 본 다리 위의 그 낯선 풍경들이 떠오른다. 나는 그곳에 누가 사는지, 그 곳엔 무엇이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어쩌면 모두가 다 그곳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을 수도 있다. 만약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면 세상은 모두 까맣게 보일 것이고,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다. 내가 그 곳에 대해 관심을 가져줌으로써 그 곳 사람들은 까만 세상에서 벗어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언젠가 한번 다시 그 곳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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