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포포프 - 잊힌 아이들을 돕는 비밀스러운 밤의 시간 다산어린이문학
안야 포르틴 지음, 밀라 웨스틴 그림, 정보람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홉 살 알프레드는 엄마는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아빠는 알프레드의 존재를 잊은 듯

항상 집을 비웠다.


나는 아빠와 함게 진흙 길에 있는 아파트에 살았다.

아니, 따옴표를 써서 '살았다''고 해야 할 거다.

아니, '아빠와 함께'에 따옴표를 치는 편이 나을 텐데,

아빠를 집에서 본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말로만 넓은 아파트에 아빠와 함께 살았단 거지, 실은 아빠가 집에 없는 동안 이 거실과 침실 두 개, 부엌이 있는 곳에 보관된 셈이었다....

라디오 포포프 p.7

알프레드는 아빠가 어디로 갔는지 언제 돌아올지

알지도 못한 채 혼자 지내고 있었다. 보통은 떠나기 전에 먹을거리를 사두곤 했지만 이번에는 장 봐 두는 것도 용돈을 남겨 두는 것도 잊어버리고 집을 비운 지 한 달여가 지나가고 있었고, 전기도 끊겨 어둠 속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바깥에서 침입자의 소리가 들렸고 침입자인 줄 알았던 사람은 신문배달원이었다. 신문배달원이 우편함에 넣고 간 신문 속에는 사과 한 알과 회색 뜨개 양말, 그리고 냅킨으로 감싼 샌드위치가 들어 있었다. 덕분에 끼니를 해결한 알프레드는 다음 날 밤, 침입자와 마주한다.

침입자의 정체는 바로 신문을 배달하며 잊힌 아이들을 도와주던 아만다였다. 알프레드는 아만다의 일을 도와주며 아만다를 따라나서게 되는데, 아만다는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세상의 가장자리에 있는 산딸기 죽 색깔의 나무 집에 살고 있었다. 아만다는 잊힌 아이들의 존재를 느끼고 그중에 누군가 한숨을 쉬면 항상 떨리기 시작하는 특별한 귀를 가진 사람이었다.

알프레드는 아만다의 집에서 함께 지내다가 우연히 다락에서 낡은 라디오 송신기를 발견하게 된다. 두 사람은 잊힌 아이들을 위해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하고 방송 이름은 실제 이 라디오 송신기의 초기 개발자인 러시아의 알렌산드르 스테파노비치 포포프의 이름을 따 '라디오 포포프'로 하기로 한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 새벽 3시, 잊힌 아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선물하게 될 신비하고 아름다운 모험이 시작된다.

따뜻한 바람이 갈비뼈 사이로 들어와 내 근육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 오늘 밤에 내가 겪은 모든 일고 상관없이 나는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만약 내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남자아이가 오늘 밤 행복하다면 다른 잊힌 아이들도 아마 같은 감정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적어도 밤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는걸, 그래, 정말로 들었다는 걸 깨닫도록 도와줄 수 있을 거다. 날이 밝아 아침이 오고 잠자리에 들면서

나는 딱 하나만 생각했다. 라디오 포포프...

라디오 포포프 p.55

산타클로스가 사는 나라, 행복한 지수가 높은 나라로 연상되는 핀란드에서 아동학대라는 소재로 화제가 된 문제작 '라디오 포포프'는 2020년 핀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핀란드아동문학상]을 받으며 그해 최고의 어린이책으로 뽑혔다. 아동학대란 단순히 신체적, 물리적인 폭력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무관심과 방치, 정서적인 지지 없이

돌봄과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또한 아동학대라는 사실을 다루고 있다.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에 어른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도 누리지 못하는 말 그대로 어른들과 사회에서 잊힌 '잊힌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또 한 아이의 엄마로서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인지..돌이켜보는 시간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아만다와 같이 밝은 귀를 가진 어른이 누구에게 도움도 요청하지 못하고 숨죽여 울고 있을 아이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현실에서도 이처럼 마법같이 아름다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