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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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의 날을 통과했다고 해서 꼭 어른으로 살아야 하는 법은 없을 것이다. 나는 차라리 미성년으로 남고 싶다. 책임과 의무, 그런 둔중한 무게의 단어들로부터 슬쩍 비껴나 있는 커다란 아이, 자발적 미성년.
-43쪽

아는 데가 왜 없겠는가. 다만 자기가 선호하는 공간을 입 밖에 냄으로써 제 취향과 정체성을 노출하기가 싫을 뿐이다.-75쪽

이 남자라면, 서로에 대한 감정적 기대 지평을 극도로 좁히고, 상대방에게 온 마음을 던지지 않으며, 피차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그런 관계를 맺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로에게 거창한 기대도 바람도 환상도 환멸도 없는 사이. 남편과 아내라는 기능적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피차 '정상적 인생'의 알리바이가 되어주는 사이.-255쪽

"사실 결혼이라는 게 별거니? 이혼은 또 대수고? 어차피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인데, 정작 인간들은 그 속에서 몸을 한껏 웅크리고 꼼짝달싹 못하는 모양새가 너무 우스워."-284쪽

하는 수 없다. 나한테는 제도를 거스를 만한 용기가 없는걸. 용기를 쥐어짤 건더기가 있어야 말이지.-365쪽

결혼에 안달하는 여자는 꼴불견이라고 생각해왔다. 철저한 독신주의자도 아니었다. 남들이 다 하는 거라면 언젠가는 나도 하게 되지 않ㅇ르까, 막연히 짐작했다. 그리고 그때까지 그저 오래 버티고 싶었다.-370쪽

그림자는 빛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세상의 모든 실체들이 저마다 하나씩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살듯이,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은 저마다 하나씩의 실체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림자가 없는 것은, 그림자 뿐이다.-373쪽

반복할 수 없다면 후회하지는 않겠다.-432쪽

도망치고도 싶고, 안주하고도 싶었어요. '외롭기도 싫고, 책임지기도 싫었어요. 나는 늘 그 두 갈래 길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폼만 잡으며 살아온 것 같아요.-4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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