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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쩨쩨한 로맨스
다이도 다마키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읽고 나니 뭐라고 딱히 말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이렇다할 사건도 없고, 이렇다할 결말도 없이 그저 아주 시시하고 건조한, 모래알 같이 까슬까슬한 일상을 뚝 떼어다 책에다 떡 붙인 것 같다고나 할까.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에는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 <M자형 이마>, <민들레와 별똥> 이렇게 세 편의 단편이 들어 있다. 각 편의 주인공들의 로맨스는 주인공들 입장에서 열정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것으로, 아주 무미건조하다. 이게 사랑인가 싶을 정도. 이 소설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랑도 별 거 아니란 생각이 들 정도다. 모두들 그렇게 호들갑을 떨고 뭔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그 사랑들 역시 아주 하찮고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
글은 참 무심하게도 툭 던지듯이 잘 썼다.
흥미진진한 사건이 없는데도 단숨에 읽히는 것이,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어쩜 이렇게 무신경하고 무심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일까.
소설 속 주인공들보다 작가에 더 관심이 가게 하는 책인 듯싶다, 개인적으로는.
<밑줄>
p. 51 :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한 표정이다. 남자로서는 별로 믿음직스럽지 않지만, 나는 그런 면에 의지하고 싶은 게 아니니 아무래도 상관없다. 좀 모자라고 기운이 없어도 괜찮다. 이렇게 태연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는 충분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스스로 타협하고 있는 나 자신이 참 우습다.
p. 126 : 설마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가 됐는데,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남자의 경우, 이제 좋아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대개는 순순히 물러난다. 하지만 여자한테는 그런 의사 표시가 통하지 않는다. 끈질기다. 화나게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찰싹 달라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