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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고슴도치의 우아함.
"미셸 부인, 그녀는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겉으로 보면 그녀는 가시로 뒤덮여 있어 진짜 철옹성 같지만, 그러나 속은 그녀 역시 고슴도치들처럼 꾸밈없는 세련됨을 지니고 있다고 난 직감했다. 겉보기엔 무감각한 듯하지만, 고집스럽게 홀로 있고 지독하게 우아한 작은 짐승 고슴도치."(206쪽)
이 책의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다면 위의 글에서처럼 팔로마가 말하는 미셸 부인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고슴도치가 가시로 몸을 뒤덮어 우아함을 숨긴다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게 것은 타인을 경멸하는 것, 계급이나 부유함과 가난함, 교육수준 등에 따라 타인을 판단해버리는 것.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나에게 솔직하지 않은 것.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 것.
그래서 우리는 카쿠로 오주같은 인물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만날 확률은 대륙을 넘어야 하고, 인종을 뛰어야 할 만큼 희박하다. 만약 이런 우연을 마주한다면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걸음을 떼어야 한다. 우물쭈물하다가는 트럭과 충돌할 지도 모른다.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마저도 될 수 있는"데도.
시니컬하고 회의적이고 비판적인데 너무 예리한 팔로마는 세상의 움직임의 찰나까지 관찰할 수 있었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을 보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카쿠로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는데도 몸을 숨기듯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숨기고 가족의 일원으로 혜택을 받고 살면서도 부르주아들의 삶을 혐오한다. 하지만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인 어린아이의 몸과 예리한 정신은 미셀부인이 언니인 리제트의 죽음을 고백하면서 한 곳에서 만나게 된다.
"나는 내 주위의 그 누구에게도 잘 해줄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고통스러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아빠, 엄마, 특히 콜롱브를 원망했는데, 왜냐하면 난 그들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없었고, 난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병이 너무 깊고, 나는 너무 약하다."(426쪽)
팔로마처럼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했을 때, 타인을 돕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자신의 연약함을 깨달을 때 세상의 아름다움은 싹튼다.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동백꽃의 꽃잎이 열리듯.
"걱정마요, 르네. 나는 자살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아무 것도 불태우지 않을 거예요. 당신을 위해 나는 이제부터 다시는 속의 언제나를 추적할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건 바로 이 세상 속의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