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모자 철학하는 아이 9
앤드루 조이너 지음, 서남희 옮김, 김지은 해설 / 이마주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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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많은 색깔이 있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색, 연두, 하늘, 분홍의 파스텔색, 색깔이 없다고 하나 색이라고 말하는 회색, 검정의 무채색...

인간이 인지하는 이 수많은 색깔들 속에서 어째서 이 책의 제목은 '분홍색'을 말하는 걸까?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바로 이러한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책의 표지를 세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분홍모자를 쓰고 예쁘게 미소를 짓는 아이가 분홍모자 피켓을 들고 있군요 그 모습을 보는 또래 아이 3명과 강아지 한 마리의 표정도 참 이쁘고,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밝아 보입니다


분홍모자가 어떻게 이 책의 제목이 되었을까요? 왜 분홍색인 걸까요?
첫 장을 넘기니 곧바로 모자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건물들이 많은 와중에 창가에 앉은 여성 한 명, 창문 밖을 보는 여자아이가 한 명 보입니다


평온한 표정으로 분홍색 실로 뜨개질을 하는 모습이네요 

만든 것은, 분홍모자.

연필소묘와 같은 그림이라 흑백의 색들 중에 유일하게 유채색인 분홍모자가 완성되었습니다


분홍모자는 참 여러 가지로 쓸모있고, 바쁩니다 

처음 만들어 준 분께만 있질 못하고 고양이에게로, 아이에게로, 여기저기여행을 다니게 되네요

포근한 모자, 신나는 모자, 닿기 힘든 모자, 따스한 모자


재빠르기까지하던 모자는 한 소녀에게 가서 목욕재계를 하게 됩니다*^^* 그리곤 소녀의 머리 위에 앉았네요


소녀는 분홍색 모자와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함께 하네요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쓰이던 분홍모자, 그러다가 다음에...

 

아동문학평론가인 김지은씨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서두에 참 공감되는 이야기를 하는군요

"한 권의 그림책은 가볍습니다. 좋은 그림책이 만들어 내는 감동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요? (중략)... 어쩌면 그림책 한 권은 세상을 바꿉니다


마침맞게도 분홍모자라는 책을 알게 된 딱 하루 전 날에 저희 아이들과도 나누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유투브로 '웃음참기'게임을 하는 동영상을 찾아보고, 우리도 해보자해서 웃음참기게임을 하던 중이었는데, 나오는 영상마다 웃기기가 그지 없었습니다만, 중간에 게임을 진행하던 유투버가 깜짝 놀라는 일이 있었답니다 어여쁜 아가씨가 게스트로 나온 개인방송이었는데, 단 한 마디 내뱉은 그 목소리로 인해 모두가 '얼음'이 된 거였어요 개인방송을 시청하던 사람들도, 그 영상을 보고 게임을 하던 진행자와 또 그 방송을 시청하던 사람과 저희들까지도요 사실, 아이들과 저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다가 자막으로 나온 한 줄, '트렌스젠더'라는 말로 이해했답니다 

상당히 예쁜 아가씨인데, 목소리는 여지없는 성인남성의 목소리였고 그걸 들은 시청자들이 난리가 난거죠 게임을 진행하는 여성은 '아~트렌스젠더시구나'하며 이해했지만, 그 안에서 본 댓글들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구요 욕이 난무하고 질 낮은 성적표현에 저도 낯 뜨겁고 잠시간 곤혹스러웠습니다 

트렌스젠더를 설명하는 것보다, 일반적이라는 다수의 사람들이 쏟아내는 그 언어 아닌 언어들에요... 

그래서 더, 단순히 웃자고 시작한 게임이건만 물음표가 머리 위에 떠 있는 아이들이 보여서 그냥 슬쩍 넘어갈 수가 없었고~ 성소수자와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어려우며 이해하기 쉽지않은 성소수자이지만, 처음 인권문제로 대두되었던 여성과 어린이, 흑인을 생각해보면 그들의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는 없죠 다행히 평소 아이들에게 제 의견을 자주 피력하던 편이라...초등 3학년인 아들아이도 어떤 이야기인지 어렴풋이 이해하는 듯 했습니다


제가 이 '분홍모자'를 읽으면서, 해설에 나온 [세계여성공동행진]과 [푸시햇프로젝트]를 알아나가게 된건, 비단 여성만의 운동이 아니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그 '누군가의' 또는 내 '이웃'일 수 있는 이들의 아픔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성공동행진은 여성 뿐 아니라, 어린이, 성소수자들도 함께 외치는 인권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푸시햇 프로젝트(PussyHatProject)

미국의 당시 대통령 후보이던 트럼프가 여성의 몸을 함부로 낮추고 얕보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여성의 권리를 지지하는 연대의 표시로 '고양이 귀를 닮은 털모자'인 '푸시햇'을 뜨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트럼프가 고양이를 뜻하는 'pussy'를 여성의 신체 일부를 속되게 표현하며 사용한 단어로서 그의 성차별적인 발언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분홍모자 내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의 말 중에서)

 (한겨레 기사 중 캡처한 자료입니다)



거리로 나섰습니다... 많은 이들의 머리 위에 있는 분홍모자들을 보세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다양한 성격(?)을 갖고있던 분홍모자는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하나의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한 나라에서 시작된 인권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기까지, 분홍모자의 다사다난한 여행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 덕에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동화로 출간되어 '나'와 '아이'가 함께 읽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펼쳐진 세계여성공동행진 관련기사입니다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79707.html


책의 뒷 면에는 직접적으로 이렇게 쓰여져 있습니다

"정의를 위해 앞장선 이들과 함께해요!"

또한 작가 앤드루 조이너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구요

'미래는 여러분들의 것'이라구요



*좋은 책 읽게 해 주신 허니에듀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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