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152
이진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11월
평점 :
품절


최근 들어 책을 읽다가 작가의 나이를 자주 확인해 보곤 한다. 몇 살에 이런 아픔이 있었나? 몇 살에 이런 표현과 깨닫음이 가능 했나... 나 자신에 대한 초조함이 이런 유치한 접근을 만든 것이다. 시간이 몇 년 전부터 너무나 빨리 가기 시작했다. 아무런 힘도, 푯말도 없이 젊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초조함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당황해하는 내가 우습기도 하지만 시간이 정말 두렵다.

집 앞에 당도해 대문을 열며 크게 인사할 것이다 / 학교 다녀왔습니다

시인은 집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 죽음의 집으로 천연덕스럽게 가고 싶어 한다. 이제 서른 아홉에. 시에선 절망도 없고 욕망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의 일상을 엿보면 내가 원하는 물질적 안락의 욕구와 욕심이 턱까지 차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녀 또한 자본주의 터널을 걸어가면서 어찌 힘들고 욕망하지 않았겠는가? 눈을 둥글게 둥글게 돌리며, 저 멀리 있는 집을 바라보며, 그곳으로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며, 현실을 가볍게 견디는 듯 일상은 고요하고 깊다. 그녀는 시인이다.

나도 그렇게 편해지고 싶다. 그녀처럼 즐겁게 집으로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며 아름다운 것들과 눈 맞추며 소박하고 고요하게 따뜻하게 살고 싶다. (이상한 리뷰가 돼 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