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생각한다.

한국을 생각한다
슬픈한국 지음 / 이비락 / 2011년 4월

자칭 진보를 지향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접한 후 과연 지향하는 바가 수구였는지, 보수였는지, 진보였는지 잘 모르겠다. 천천히 마음을 다잡고 판단해봐야겠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경제나 정치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점이 저자처럼 열심히 관심을 가졌던 진보 지식인들의 노고에 편승해가는 미안한 느낌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저자 같이 나라를 걱정하는 지식인들이 있는 한 우리나라 한국은 결코 슬프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뛰어난 글 솜씨와 해박한 지식에 적극적인 반론을 제기할 수는 없지만 우매한 독자로 왠지 한 방향으로 치우친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은 딱 하나로 fix되지 않듯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우리나라 발전에 저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잘했다거나 노무현, 김대중 정보가 잘못했다거나 저자의 이데올로기가 나와 달라서도 아니다 다만 내 시각이 아닌 타인의 시각 또한 제고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8명의 대통령이 통치를 하였지만 개인적으로 어느 대통령 때 가장 좋았는지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아마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세태를 보면 언론이나 책에서 보았던 독재정치의 한 면을 보는 것 같아 정치가 과거로 퇴보해 가는 느낌이다. 정치인들이 볼 땐 국민은 언제나 우매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매한 것이 아니라 우매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야당이든 여당이든 노조든 기업이든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 체 자신들의 이익만 대변한다면 약자들의 힘에 의해 그들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이 약자들이 한 명일 때는 가느다란 실에 불과 하지만 그들의 힘이 뭉쳐졌을 땐 동아줄이 되어 그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생각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암울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아마도 자기가 가진 생각대로 움직여 지지 않아서 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사는 모든 이들이 나와 똑 같은 생각만 한다면 과연 발전이 있을까? 아닐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대립함과 동시에 대안이 도출될 것이고 그 도출된 대안은 진화되면서 또 다른 대안이 될 수도 있고 사장될 수도 있다. 즉 정답은 언제나 정답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오답도 정답도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대안이랍시고 자신 있게 제시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것이다.

저자가 지적대로 우리나라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 부동산 버블, 4대강 사업, 고 환율, 재벌, 부자감세, 정치인들의 포플리즘적 행보등이 산적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언론이 제 자리를 찾아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언론의 역할은 제의 4권력으로 힘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있는 그대로 신속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언론들은 어떠한가? 보수, 진보 언론 모두가 카더라식 기사나 자신들의 주관적인 기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 다수의 국민들은 자기 생활에 얽매이다 보니 대부분의 정보는 언론을 통하여 얻는다. 그런데 이 정보가 사실이 아니었거나 왜곡된 정보였을 때 정보를 전달하지 않은 것 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물론 전문가들은 왜곡된 정보인지 여부를 바로 판단할 수 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두 번째로 시급한 문제는 공교육이 제 자리를 찾아 가는 것이다. 사교육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언젠가는 이것 때문에 국가 경쟁력이 발목 잡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들 대부분은 자신의 노후를 저당 잡힌 체 자식의 교육에 올인 한다. 이렇다 보니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쉴 시간이 없으니 스트레스 받고 부모는 부모대로 수입 대부분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다 보니 노후가 불안하니 행복해 질리 만무하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데 공교육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면서 한술 더 떠서 공교육이 사교육에 편승한다. 직접 느낀 것이다. 초교 3학년 때 처음 영어를 배운다. 육학년까지 배워 봐야 기껏 4년정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 가자 마자 학생들을 상중하로 분류하여 수업을 한다고 한다. 영어로 수업이 가능한 학생, 중간인 학생, 아닌 학생 이렇게 영어 10년을 배워도 외국인 만나 입도 뻥긋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게 반을 나눈다니 어처구니 없는 교육정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마지막으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산저축은행 사건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대변하고 있다. 도둑을 지키라고 국민들이 세금을 걷어 줬더니 도둑과 결탁하여 도둑의 돈과 국민의 세금 모두를 도둑질하고 있는 형국이니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파트 거품이 빠지는 것 보다 이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 생각한다.
저자가 가슴 아파하는 것에 대해 십분 공감한다. 가슴 아픈 현실이지만 이런 과정들을 거치고 거치다 보면 우리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상당히 성숙해 있을 것이다. 경제나 정치의 문외한인 독자에게 새롭게 눈을 뜨게 해준 슬픈 한국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어디 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는 필요치 않다.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면 …… 이 책을 읽고 같은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에게 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이 책을 소개 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