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뵈뵈 - 내러티브로 들려주는 바울의 그리스도교
폴라 구더 지음, 진연정.최현만 옮김 / 에클레시아북스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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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천

존 바클레이(John M. G. Barclay)의 <Paul & the Power of Grace>(2020)(=감은사 2021 출간예정)의 CHAPTER 13 각주에 보면 <Phoebe: A Story>라는 책이 등장한다. 이야기(Story)라는 단어와 여성 리더십에 관한 내용으로 언급된 뵈뵈(Phoebe)의 동시 등장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수많은 책들 중 바클레이의 손에 쥐어지고, 그의 저서에 참고할만한 책으로 소개할 될 정도면 믿고 볼 수 있는 책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2. 출판사

그렇게 책이 스치듯 지나갔고, 지난 4월 그 책의 국내 출간 소식을 들었다. <이야기 뵈뵈>! 이 책의 출간과 함께 반가웠던 건 바로 이 책을 낸 출판사였다. 어려운 출판 환경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톰 라이트를 비롯한 주요 학자들의 의미있는 책들을 꾸준히 출간해 온 에클레시아북스가 낸 3년 만의 신간이었기 때문이다(개정판 출간 제외 기준). 신뢰로운 출판사에서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간이라면 그만큼 공을 들였을거라 생각하고, 이런 책은 당장 구입각이라고 생각했다.



3. 구성

이 책은 요즘 핫한 장르인 "히스토리컬 픽션"류라 할 수 있다. 총 444쪽의 책에서 330쪽까지가 "1부 뵈뵈 이야기"인데, 여러 문헌자료를 가지고 ​로마서에 언급된 뵈뵈에 대한 이야기를 총 32장으로 구성했다. 각 장은 10쪽 내외로 되어 있어 나눠 읽기 좋다. 110여쪽의 "2부 미주"에는 뵈뵈의 이야기가 상상력을 동원한 이야기이지만 어떤 근거로 상상하게 되었는지 역사적 자료를 충실히 제공해 놓았다. '본서의 성격', '배경 설정', '미주', '참고 문헌' 등이 그 증거들이다. "히스토리컬 픽션" 장르 시리즈 중 하나인 <~~에서 보낸 일주일> 시리즈는 내용 중간 중간에 시각자료를 비롯한 관련 역사 자료를 삽입해 놓았고, 최근 인기몰이중인 <환영과 처형 사이에 선 메시아>(북오븐)에서는 비교적 짧막하게 미주 처리된 것과 비교해 볼 때 소설류를 통한 "상상"과 "지적 충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정말이지 안성맞춤일 것이다.​



4. 내용

“내가 겐그레아 교회의 일꾼으로 있는 우리 자매 뵈뵈를 너희에게 추천하노니 너희는 주 안에서 성도들의 합당한 예절로 그를 영접하고 무엇이든지 그에게 소용되는 바를 도와 줄지니 이는 그가 여러 사람과 나의 보호자가 되었음이라 (로마서 16:1-2, 개역개정)”

익히 알다시피 책의 중심 인물인 뵈뵈는 위의 성경구절에서 딱 한 번 등장한다. 성경에서는 다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뵈뵈의 삶을 그려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어떤 것에도 제한되지 않고 상상해 볼 수 있다. 로마로 서신(로마서)을 가져간 뵈뵈가 그 지역 공동체를 만나 자신의 과거를 풀어놓고, 그녀와 관련 여러 인물들과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이룬다(좀 더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쓰지 않겠다)​. 그들의 삶 안에서 구현된 성경적인 삶의 모습들(용서, 세례, 이웃사랑, 공동체 등)을 바라보며 첫 그리스도인들의 순수함과 열정을 엿보는 것이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 앞에서 언급한 <환영과 처형 사이에 선 메시아>가 스릴러물에 가깝다면, <이야기 뵈뵈>는 드라마에 가깝다고 하겠다.

"2부 미주"의 내용 역시 알차다. 60여권의 참고문헌을 보면 학자로서 충실하게 근거자료를 모아 관찰하고 분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이 책 1부를 위한 미주이지만 로마서를 읽기 전 로마 사회를 이해하기 위하여, 넓게는 신약성경을 이해하기 위해 한번쯤 볼만한 내용들로 채워져있다. 게다가 2부는 1부의 내용이 다시 재현되는 경험을 제공하는데, 1부의 내용이 문헌자료에 기반한 유의미한 기술이었음을 깨닫게 될 때 돋는 소름이란~ 읽은 자는 알지어다! (이 책 미주에서도 등장하는 바파유 존재감 역시 읽은 자는 알지어다!)



5. 저자

저자 폴라 구더는 성경, 특히 신약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강연자이자 작가다. 성경학계의 최상품 결과물들을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흥미로운 방식으로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는 그녀는 이 책에서 여성저자로서의 섬세함을 보여준다. 여성 저자가 그린 여성 지도자 뵈뵈의 이야기는 동성만이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극대화 되어있다. 특히, 출산 장면, 여성 노예로서 선택받기 위해 돋보이고자 과시하는 몸부림의 순간, 출산 후 아이를 처음 맞이하는 순간, 출산 후 몸 상태에 대한 표현 등은 여성 저자이기에 가능한 표현들이라는 생각이 스치게 한다.

그녀의 책은 현재 국내에 두 권 정도 소개된 것 같은데, 지난 4월, 알맹2를 통해 폴라 구더의 책이 몇 권 더 계약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The Meaning is in the Waiting: The Spirit of Advent>(2008), <Heaven>(2011), <Let Me Go There: The Spirit of Lent>(2016)]. 계약 후 12-24개월 사이에 국내 출간이 된다고 하니 1년 후부터 이야기 달인인 폴라 구더의 책이 국내에 쏟아질 것을 기대해보자.



6. 기타

대세 ​"히스토리컬 픽션" 장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장르에 대한 요구와 출간은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상상력을 자극하여 성경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그리스도인들(독자)의 욕구에 대한 증거이자, 그들의 갈망에 대한 전문 학자(저자)의 성실한 답변으로 보인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들은 천재라는 생각과 어떻게 이런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걸까 혀를 내두르게 되는데, 저자들의 고통의 산물(?)인 "히스토리컬 픽션"을 많이 접함으로 우리의 삶이 더 멋진 이야기가 되어 갈 것을 갈망하고, 살아갈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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