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이와 나
프란체스카 산나 지음, 김지은 옮김 / 미디어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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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환경의 적응과정에는 두려움이 동반된다. 감당되지 않는 두려움은 새로운 환경을 떠나게 하기도 하고, 수용 가능한 두려움은 적당한 긴장감을 주어 적응력을 높이기도 한다.

그림책 “쿵쿵이와 나”(프란체스카 산나, 2019)는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이야기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주인공에게는 ‘쿵쿵이’라는 꼬마 친구가 있는데, 이 쿵쿵이는 주인공을 돌봐주고, 새로운 걸 찾아다닐 때면 꼭 붙어 다니는 친구였다. 주인공이 새로운 나라, 새로운 학교에 가게 되었을 때 쿵쿵이는 더 이상 꼬마 친구가 아니라 커지고 더 커져 큼지막해졌다. 그러던 중 슬며시 다가온 한 친구와 친해지고 나서야 그 친구에게도 ‘쿵쿵이’와 같은 비밀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쿵쿵이는 날마다 더 작아졌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자기만의 비밀 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며 이야기는 끝난다.
‘쿵쿵이’로 표현된 꼬마 친구는 두려움, 불안, 긴장, 염려 등으로 이름 지을 수 있다. 돌이켜보면 새로운 환경에서 생기는 두려움은 어릴 때 일수록 더 심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그런 어린이들의 입장과 상황을 충분히 공감하며 세밀하게 표현한다.
이 ‘쿵쿵이’는 상황에 따라 커지기도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커진 ‘쿵쿵이’는 나를 통제해 더 고립되게 만든다. 하지만 먼저 다가와준 친구와 함께 하면서 ‘쿵쿵이’는 작아지고 내가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두려움은 항상 같은 크기로 있지 않다. 두려움의 크기를 내가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만드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지혜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쿵쿵이’와 같은 비밀 친구가 내게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친구들에게도 있다는 걸 깨달으며 위로를 얻는다. 이런 두려움을 나만 가진 게 아니라 다른 친구들에게도 모두 있다는 것은 동질감에서 오는 위로를 선물해준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자연스럽고 일반적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이 작은 그림책은 새 학년, 새 환경에 적응하는 아이들이 읽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하지만 성인인 나에게도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할 때 이 책을 한 번 더 읽어볼 참이다. 내게 있는 비밀친구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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