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과 성품
스탠리 하우워어스 지음, 홍종락 옮김 / IVP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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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한민국 기독교인들에게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대부모(godparent)-대자녀의 관계를 배경으로 한다. 친구 새뮤얼 웰스로 부터 그의 아들 로렌스 베일리 웰스(이하 로리)의 대부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대자 로리의 세례 기념일(10월 27일)마다 그 나이에 적합한 ‘덕’을 다루며 쓴 편지를 모은 책이다.

1. 책의 구성

1) 센스 있는 표지 디자인
앞표지를 열면 길게 이어진 뒤표지가 내지를 감싸고 있다, 편지봉투 디자인을 한 이 긴 뒤표지를 열어야 본문을 읽을 수 있다.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로리에게 보낸 편지라는 이 책의 특징을 디자인에서 잘 드러냈다. 책을 펼칠 때 마다 내가 그 편지의 수신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2) 본문 특징을 충실히 살린 번역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회고록인 ‘한나의 아이’(IVP)를 번역한 홍종락 전문번역가가 이 책을 번역했다. 그는 IVP와 ‘하나님이 내게 편지를 보내셨어요’ 시리즈도 함께 작업했었는데, 그 때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편지글 번역에 탁월함을 보였었다. 스탠리 하우어워스를 잘 아는 번역가가 편지글 특유의 따스한 문체까지 살린 책이 “덕과 성품”이다.

3) 미덕이라는 주제
가치 있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현대사회에서 신자인 어른이 세례를 받은 어린 아이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점은 무척이나 놀랍다. 그는 현대사회의 어른들처럼 공부 잘하는 법, 성공하는 법, 좋은 대학이나 직장에 들어가는 법을 전수하지 않는다. 다만,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데 중요한 덕”을 소개할 뿐이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유지·발전시켜나갈 덕을 공유한다.

2. 책의 내용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매해 로리의 세례 기념일(10월 27일)에 보낸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편지에는 ‘좋은 삶을 일구는 핵심 미덕 14가지’가 소개되어 있다. ‘자비, 진실함, 우정, 인내, 소망, 정의, 용기, 기쁨, 단순함, 한결같음, 겸손(과 유머), 절제, 너그러움, 믿음’이 그가 꼽은 14가지 중요한 미덕이다.
이 편지들이 아이인 로리에게 보내지긴 했지만 내용의 깊이는 어른이 이해할 수 있게 쓴 글이다(73p). 이 말을 바꿔말하면 내 자녀에게 이 책을 건네기 전에 내가 먼저 읽어야 한다는 뜻이자, 또 다르게 표현한다면 삶의 다양한 경험과 고민이 축적된 사람일수록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덕’을 강조한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사상이 농축된 이 책은 덕목에 관한 진리들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우선, 각 덕목들은 저마다 고유한 가치와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매해 한 가지의 미덕을 주제로 삼아 그 점들을 꼼꼼히 제시한다. 그리고 각 덕목들은 다른 덕목들을 필요로 한다. 미덕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덕목이 온전히 그 덕목의 가치를 발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덕목의 힘을 의지해야 한다. 더불어, 각 덕목들의 가장 중요한 근간은 하나님의 성품 혹은 하나님의 말씀(성경)이다. 이는 덕목들이 스탠리 하우어워스 사견의 수준을 뛰어넘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 본 부분은 덕목마다 함께 하는 좋은 친구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그가 다른 저작들에서 그리스도의 공동체를 강조해 온 것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네가 어려움 없는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네가 직면하는 어려움이 그리스도의 몸의 한 지체가 된 일에 반드시 따르는 어려움이기를 바란다. 그런 어려움을 감당하려면 많은 친구가 필요할 거야. 이 세상에서 친구보다 더 귀중한 선물은 없음을 네가 발견하면 좋겠구나.(49p)” 덕목들이 서로 기대어있듯 우리 역시 친구들에 기댄 존재들이다.

3. 책을 덮으며

이 책은 새 마음으로 시작하는 새해에 최우선으로 읽을 만한 책이다.
스탠리 하우어워스 글을 좋아하는 사람, ‘덕목’의 가치에 관심 있는 사람, 내면을 어떻게 가꾸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책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한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이 편지들에 담긴 덕에 대한 설명이 네가 진리에 머무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구나(213p)”
새해에는 미덕들이 좀 더 함양되는 나날들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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