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경이와 꼬마 쥐 - 제1회 다시 새롭게 쓰는 방정환 문학 공모전 대상작 아이스토리빌 36
오신혜 지음, 최정인 그림 / 밝은미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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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이 땅의 어린이를 사랑했던 사람 방정환 선생님. 그와 그의 작품을 기억하고자 마련된 ‘다시 새롭게 쓰는 방정환 문학 공모전’ 그 첫 번째 당선작인 오신혜 작가의 “휘경이와 꼬마 쥐”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방정환 선생님의 ‘시골 쥐의 서울 구경’과 ‘동생을 찾으러’가 결합된 이 작품은 아홉 살 휘경이가 친구가 된 꼬마 쥐와 함께 할머니가 계신 서울에 상경했다가 위기를 맞지만 기지를 발휘해 그 위기에서 벗어난 후 다시 부모님 품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아이에게 이 책을 소개하기 전에 어른의 눈으로 이 책이 주는 의미를 한번 생각해보았다. (스포일러 주의)

<상상력>
아홉 살 휘경이와 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첫 장의 이야기다. 화장실에서 쥐를 만나는 것이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그 쥐와 인간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건 기발한 상상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은 아이가 화장실에서 꼬마 쥐를 부르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그 순간은 상상력이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순간이다.

<악>
문학작품에서 빠질 수 없는 위기! 서울에 상경한 휘경이가 마주한 아줌마는 매우 친절해 보인다. 초코 우유도 가득 부어주시고, 밥 먹을 때 잔소리도 하지 않으며, 양치질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평소 엄마의 태도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에서 휘경이가 느낄 긴장감을 독자로써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서울 아줌마는 말하는 서울 쥐를 이용해 아이들을 유인하고, 유인한 아이들을 나쁜 일에 끌어들인다. 말을 듣지 않으면 볼모로 잡아둔 동생에게 나쁜 짓을 하겠다는 위협을 하며 순종을 강요한다. 세상에 팽배한 악의 다양한 모습들 중 일부가 표현되어있다.
[아무런 규범 없이 그냥 내버려두는 것(‘안 돼’라고 얘기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악을 있는 그대로 허용하는 모습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공동체>
휘경이는 서울 아줌마에게 붙잡혀 있는 은유와 도유를 비롯한 모든 아이들을 같은 처지에 놓인 한 공동체로 여긴다. 자신 혼자 탈출을 도모할 수도 있었지만 휘경이는 함께 탈출하길 꿈꾼다. 탈출 때 용이하도록 보물찾기 등을 통해 집에서 운동을 시키는 모습은 치밀하기까지 하다. 혼자 살아남기만을 가르치는 세대에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장면. 악에 맞서는 새로운 연합 공동체!

<용서>
서울 아줌마에게로 자신들을 이끈 서울 쥐에 대한 휘경이와 꼬마 쥐의 분노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그 분노만이 휘경이를 휘감았다면 가장 첫 번째 복수의 상대는 보나마나 서울 쥐였다. 하지만 휘경이는 엄마 쥐의 회복을 위해 아줌마에게 약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서울 쥐의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이 처한 위기의 순간을 타계하기 위해 서울 쥐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탈출을 위한 계약 관계 맺기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서울 쥐에게 더 이상 아이들을 데려오지 않는 것을 약속받는 모습을 보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온전한 회복까지 나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용서가 사람을 회복시킨다.

<새가족>
자식의 잘못에 대한 죄책감을 가진 서울 쥐의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의 탈출 과정을 적극적으로 돕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착하게 살아라는 마지막 메시지와 함께.... 다른 아이들은 모두 부모의 품에 돌아갔지만 서울 쥐는 그렇지 못했다. 그런 서울 쥐를 꼬마 쥐 가족과 휘경이 가족이 따스하게 품어준다.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 아픈 자를 품어주는 모습이 새로운 가족이 되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용서의 마지막 결과는 새로운 가족됨이다.

책장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과연 휘경이보다 나은 어른인가?”
모험심보다는 안정감을, 공동체보다는 개인을, 용서보다는 보복을 가르치기 쉬운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 ‘휘경이와 꼬마 쥐’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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