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우리가 숨 쉬는 공기 - 기독교는 어떻게 서구 문명을 형성했는가
글렌 스크리브너 지음, 박세혁 옮김 / IVP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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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 속에서 기독교는 어떤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기독교를 낡은 가치에 매달린 종교로 치부한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인류 보편적 가치들, 곧 평등, 동정심, 동의, 계몽, 과학, 자유, 진보가 사실은 기독교 신앙에서 뿌리내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글렌 스크리브너의 『기독교, 우리가 숨쉬는 공기』는 이 놀라운 사실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저자는 고대 세계의 상식을 소환한다. 그 시대에 모든 인간이 동등하다는 생각은 황당한 발상이었고, 약자를 향한 동정은 나약함의 표시였다. 노예제도는 사회를 떠받치는 질서였으며, 권력과 힘이 곧 정의였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이러한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가장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말씀은 단순한 도덕률이 아니라, 인류 문명을 새롭게 형성한 혁명적 선언이었다.

이 책이 특별히 주목할 만한 이유는, 저자가 현대 사회의 진보적 가치를 기독교적 유산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기독교와 세속 가치가 대립한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이해의 공간을 열어주려는 태도는 성숙한 변증의 좋은 본보기다. 덕분에 독자는 신앙을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믿음으로만 보지 않고, 문명을 일으킨 역사적 힘으로 재인식하게 된다. 동시에 비신자 역시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의 뿌리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새롭게 발견하는 지적 여정을 경험하게 된다.

『기독교, 우리가 숨쉬는 공기』라는 제목처럼,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바탕을 이루는 ‘문화적 공기’를 자각하게 한다.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우리를 둘러싼 그 가치들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 기원이신 하나님께 다다르게 된다. 이 책은 기독교 신앙을 다시금 당당히 붙들게 하는 책이며, 신자와 비신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대화를 열어주는 통찰의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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