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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든 길도 길이다 ㅣ 책만드는집 시인선 135
김여옥 지음 / 책만드는집 / 2019년 10월
평점 :
유독 걸음이 무거운 날이 있다. 하루, 이틀 은연중에 퇴적된 삶의 고갯마루에서 한숨이 길게 터져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김여옥의 시 「등을 토닥이듯」을 읽어서는 안 된다. 다 읽기도 전에 눈시울 붉어져 남세스러울 테니.
터벅터벅 보금자리로 돌아가 더운물 콸콸 틀어서 바깥 먼지도 씻어내고 뭉친 근육도 풀어내자. 한 평짜리 따뜻한 이부자리에 신산한 육신을 눕혀 놓고 가만가만 읽어주자. '욕 많이 봐부렀다'고.
어쩌면 ‘잘 벼린 칼 한 자루’가 ‘정수리에 내리꽂’히듯 아픈 순간도 닥치겠으나 함부로 무릎 꿇지 말자고 주먹 한 번 꼭 쥐어주자. 내일, 또 내일 ‘공글려 올린 영혼의 꽃대’가 싱그럽게 피어나도록.
비틀거리며 내려온 숲 너머 그만하면 되얐다 욕 많이 봐부렀다 살며시 등을 토닥이듯 뒤울이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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