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 흡혈마전
김나경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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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의 조선 한복판에 뱀파이어가 나타난다. 언뜻 듣기에 부자연스러워 고개를 갸웃거릴 법한 이 설정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확장되는 소설이 바로 1931 흡혈마전이다. 이 소설은 아몬드, 버드 스트라이크등 청소년 소설로 독자의 신뢰를 얻고 있는 창비와 장르문학 플랫폼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장르문학상중 우수상을 수상한 김나경 작가의 장편소설을 엮은 단행본이다. 사전 연재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6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기록하며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이 소설에서는, 일제강점기와 그 시절 여학교에 대한 탄탄한 자료 조사를 통한 사실적인 배경과 그 위를 활보하는 비현실적이면서도 생생한 인물들이 절묘한 시너지를 느낄 수 있다.

경성에 있는 진화여자보통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 희덕은 새로 들어온 기숙사 사감 선생인 계월이 동료 교사의 피를 빨아먹는 장면을 목격한다. 처음에는 경악을 금치 못하던 희덕이지만 계월이라는 이를 알아갈수록 그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해 간다. 풋내기 1학년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용기 있게 밝히는 솔직한 성격의 희덕과 모종의 동기를 이룰 목적으로 부산하게 움직이는 계월이 스토리 라인을 쾌활하게 달려나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이 소설이 여느 뱀파이어물과 구분되는 독특함은 식민지 여성두 명이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는 점에 있다. 저자가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자신에게 허락된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인물들의 이야기다.”라고 밝혔듯, 일제의 지배를 받는 조선인으로서, 남성에게 억압받는 여성으로서 이중으로 자유롭지 못하던 두 주인공은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뭔지 매 순간 고민한다. 눈앞의 세상이 주는 세뇌에서 벗어나 점차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거나, 어디로든 가야겠다고 결심하는 모습은 가정에 묶여 있던 20세기 이전 여성들에게 그들이 조금이라도 자유를 누렸으면 하는 저자의 마음이 정성스레 담긴 선물과 같다.


 

*이 리뷰는 창비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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