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전사 소은하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별빛 전사 소은하>

 

이 리뷰는 창비 서평단으로 지원받은 도서를 읽은 후 작성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줄 SF동화

2019년부터 SF 소설이 전에 없이 각광받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힘입어, 아이들을 위한 SF 동화가 출간되었다. SF에 입문한 20대 독자로서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얼마 전만 해도 SF라 하면 체계적이고 어려운 과학 지식이 있어야 즐길 수 있는 장르라 생각해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고, 전형적인 문과생인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정작 SF에 발을 들이고 나서는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하고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SF 동화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SF는 무한을 꿈꾸는 상상력을 토대로 하는 장르이지 결코 딱딱하고 지루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증명할 책이 이 세상에 한 권 더 생겼으니. 실제로 책을 받아 읽어 보니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고 기쁨은 더욱 배가 되었다. 이 책으로 처음 SF를 만날 어린이 독자들이 부러웠고, 무한하게 부풀 그들의 세계를 축복하고 싶었고, 이 소설을 쓰신 작가님께 어린이들이 꿈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난 지구를 구하러 가야 되거든.”

<별빛 전사 소은하>의 주인공인 소은하는 상위 티어에 속할 정도로 게임 실력이 매우 뛰어나지만, 그 외에는 도드라지는 면이 없는 평범한 초등학교 6학년이다. 눈치가 없고 언행이 특이하다고 외계인이라는 별명이 붙고 학급에서 조금 겉도는, 조금 외로운 면이 있지만 친한 친구 소령과 게임 친구인 기범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사실 지구인이 아니라 헥시나라는 머나면 별 출신인 외계인임을 알게 되면서 평범하던 은하의 삶에는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다. 은하는 자신이 즐겨 하던 유니콘피아가 실은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외계인의 공작임을 알고 평화를 지지하는 헥시나인들과 힘을 합쳐 지구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초반에는 아이들의 말에 위축되던 은하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성숙해지고, 후반부에선 반 친구들 앞에서 의연하게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선언하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그 작은 아이가 어느덧 의젓한 히어로로 성장했음을 드러내 감동을 준다.

아이가 세상을 구한다는 소재는 언뜻 보면 오랜 세월 온갖 매체에서 쓰인 흔한 클리셰이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수많은 소설과 만화, 영화에서는 빠지지 않고 어린이 히어로가 등장한다. 어린 아이에게 어른도 감당 못 할 너무 큰 짐을 지운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청소년 히어로는 매력적인 존재로 아이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세상을 구하는 근사한 히어로가 자신과 똑같이 학교에 가고 숙제를 하는 아이라는 사실은 어린이 독자에게 자신을 히어로에게 이입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주인공은 위기를 극복하며 이들에게 원대한 꿈과 어떤 고난이 와도 최후의 희망을 믿고 해내는 의지, 최후의 선을 믿는 따뜻한 마음씨를 불어넣는다. 주인공이 당당한 영웅적 자질과 현실 속 아이로서의 사실성을 겸비할 때 히어로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된다. 주인공의 언행을 모방하는 놀이를 하거나 일상 생활에서 주인공이 했을 법한 선하고 용감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내 친구 히어로

소은하는 이런 점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캐릭터이다. 은하는 학급에서 겉돌아 위축되기도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아이들의 인기를 받았을 때에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평범한 초등학생이다. 옛날 소년만화 주인공처럼 마냥 밝고 기운차지 않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사건을 관망하고 현명하게 분석하는 성격도 이 캐릭터의 사실성에 한몫한다. 무엇보다 은하는 게이머로서도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게임을 하루종일 붙잡고 클리어에 매달리는 것보다 조금씩 꾸준히 연습해서 감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고 승급전에서도 유저들 간의 매너를 지킨다. 또한 은하는 단순한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게임을 하는 철없는 아이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상품에 정당한 니즈를 요구하는 고객이자 세상을 구하는 힘이 있는 영웅으로 서술된다. 마냥 순수한 어린아이가 아닌 현실적인 초등학생 캐릭터 소은하는 어린이 독자들의 공감대를 사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은하뿐만 아니라 다른 어린이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매력적이다. 은하의 친구 소령은 초등학생에게도 자기 주장을 할 인권이 있다고 말하고, 게임 친구 기범은 은하와 연애 감정을 느끼는 대신 든든한 동료로서 애인보다 더 끈끈한 신뢰 관계를 은하와 형성한다. 달콤한 환상보다 각자의 개성과 발언, 자신을 믿는 용기를 존중하는 2020년대 아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이야기다.

 

끝으로 이런 이야기를 읽으며 성장할 수 있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부럽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다. 물론 내가 어린이였을 적에도 마음을 풍요롭게 했던 동화는 많았지만, 이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어린이가 읽으면 얼마나 더 생생하고 짜릿할까 싶어 조금 샘이 난다. 그 정도로 재미있는 동화다.


#별빛전사소은하 #어린이책 #한학기한권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