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을 걷는 기도 - 위기의 동반자가 되어 줄 존 던의 하나님 대면 기록
필립 얀시 지음, 홍종락 옮김 / 두란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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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통은, 인생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화려한 꽃과 같다. 태어나면, 자상한 아버지들은 목숨 건 출산 과정을 겪은 아내와 자녀에게 꽃을 선물해줄 것이고, 목숨을 다하면, 다정했던 아내와 소중한 아이들이 내 마지막 가는 길을 꽃으로 수놓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나의 고통을 노래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애가(哀歌)라고 부른다. 이런 애가는 우리 삶의 전반에 흐르는 배경 음악(BGM)과도 같다. 언제 어디서나 들릴 것이고, 당시 나의 상황을 그 무엇보다 잘 표현할 것이기에 그렇다. 필립 얀시가 풀어쓴 '존 던의 기도 일기' 는 아직 인생의 마지막 여정에 도달하지 못한 자에게 울림을 준다. 먼저는, 그렇게까지 하나님을 몰아세워야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이고, 나중으로는 나 역시 그렇게까지 고통을 울부짖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 대부분은 죽음을 통째로 회피하는 정교한 방법을 생각해 낸다. 건강식품점과 헬스클럽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육체의 건강을 종교처럼 떠받드는 동시에 죽음을 연상케 하는 영안실, 응급실, 묘지 등은 일상에서 차단한다. 240page


   필립 얀시는 죽음(고통)을 대하는 '죄인들' 의 태도를 정확히 짚어낸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라면. 그래. 우리라면 뭔가 달라야하지 않을까 -하는 시사점을 전해준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모두 넘긴 이들이라면 쉽게 알아차리겠지만, 존 던은 결국 끝내 '누가, 왜 이 질병, 이 역병을 일으켰는가?' 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다. 다만, 그는 어떤 거대한 실존의 질문 앞에 서 있다는 사실만을 깨닫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선택해야만 하는 그런 상황처럼 존 던은 원인은 모르지만 다가오고 있는 죽음 앞에서 하나님을 신뢰할 것인가? 아니면 그를 저주하고 떠날 것인가? 하는 거대한 실존 앞에서 눈을 질끔 감았다. 그리고, 하나님을 신뢰하기로 결정한다. 그렇다. 비록, 아무런 자료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는 그를 신뢰하는 법을 배워간다. 마치, 어릴 적 어머니가 자장가로 불러주셨던 '날 사랑하심, 성경에 써있네' 라는 짤막한 찬송 가사처럼 우리는 그 자체를 믿어야하는 시험대 앞에 서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다니엘의 세 친구로 잘 알려진 '하나냐, 미사엘, 아사랴' 의 고백이 생각났다.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단3:18)! 모든 고통과 죽음의 문턱에서 우리가 씩 웃어보이며 나지막이 읊조리고 싶은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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