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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어스, 어디 있니? ㅣ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28
존 버닝햄 글.그림, 김정희 옮김 / 현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영국의 3대 작가중 한 사람인 존 버닝햄.
1936년생이시니 올해 나이가 우리 나라 나이로 79세네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아이들을 위한 그림을 그리시고 책을 출간하시는 열정. 본 받고 싶네요.
아내가 헬렌 옥슨버리라는 사실도 알고 계시나요?
곰 사냥을 떠나자 하면 바로 아하~ 하는 그 작가분이시랍니다.
부부가 같은 일을 평생 한다는 것은 분명 축복받은 일 중의 하나인듯해요.
70세때 인터뷰에서 나는 정신 연령이 5살 아이이다 라고 하셨다는데,
책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계시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번에 만난 책도 아이의 심리가 드러나있는 이야기랍니다.
줄리어스, 어디 있니?
존 버닝햄 글 그림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아이가 줄리어스에요.
분홍빛 감도는 얼굴을 하고 있는 줄리어스의 양 손에는 올빼미 두 마리가 각각 올려져 있어요.
푸른 언덕위에서의 줄리어스는 자유로워보여요. 실제 책 속의 줄리어스도 또래 아이들과 다를바없어요


책 속 이야기는 시간을 따라가고 있어요.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시간 줄리어스는 매 식사시간때마다 바빠요.
무슨 일을 하는데 바쁘냐고요?
줄리어스는 의자 세 개, 낡은 커튼, 기다란 빗자루로 자기 방에 작은 집을 만들기도 하고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구멍을 파는 중이기도 하고
이집트 나일 강 근처에 있는 네파투티움 왕의 무덤 꼭대기에 오르기도 하고
중앙아프리카의 롬보봄보 강에 있는 하마들에게 양동이에 담긴 진흙물로 몸을 식혀 주기도 하고
겨울이 긴 러시아에 썰매를 끌고 노보스키 크로스키의 꽁꽁 언 황무지를 건너는 늑대에게
눈 뭉치를 던지기도 하고
티벳 근처 어딘가에 있는 창가베낭 산 꼭대기에서 해 뜨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남아메리카 페루에 어딘가에 있는 치코니코 강에서 나뭇조각이랑 낡은 기름통으로 만든
뗏목을 타고 막 급류를 타기도 하고
어른들이 보는 시각에서는 얼토당토 않은 일이지만 분명 줄리어스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책을 보고 있자니, 울 든솔이의 행동이 생각나더라구요.
든솔아, 밥 먹자...
응...잠시만 내가 좀 바빠서...
뭐하는데 바빠? 얼른 밥 먹고 해.
아니, 아기 여우가 춥다고 해서 이불 좀 덮어주려고.
손수건을 좀 가져오려고. 책 정리 좀 하려고.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식사 시간을 놓칠때가 많아요. 그럴때마다 버럭했는데
줄리어스의 부모님은 오히려 더 맛난 음식들을 만들고 심지어 메뉴까지 친절히 말씀해 주시네요.
그리고 직접 음식을 가져다 주네요. 동물들과 함께라면 같이 먹을 음식도 챙기는것 잊지않구요.
줄리어스는 쉽게 오지 않아요.
상상속의 이름들을 지은 곳에서 나름의 시간을 갖고 있어요.


책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과 동물들을 자세히 관찰하면
동물들이 줄리어스의 음식을 몰래 먹고 있는 장면을 포착할 수 있어요.
고양이는 생선을 소는 브로콜리를 갈매기는 소시지를 원숭이는 오렌지를
개는 돼지고기를 산양은 열대 과일 맛 주스를 물고기는 상추를
이런 깨알같은 장면또한 놓치면 안된답니다.
든솔이도 책을 보는내내 엄마와 함께 동물들이 어떤 음식을 먹는지 찾아봐요.
줄리어스가 있는 곳은 모두 집안이지만 줄리어스 머릿속에서는 다양한 지역이랍니다

이 책을 보고 있자니 <<설리야 목욕은 이제 그만 >> 이라는 책이 떠오르네요.
엄마와 설리의 시각과 생각이 다름을 한 페이지안에 펼쳐 놓았었는데, 그 책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당황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하지만 줄리어스의 부모님은 줄리어스의 행동을 이해하고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아이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작가가 대안학교인 서머힐을 다녔던 경력과 무관하지 않은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몇 십년전 tv에서 우연히 봤던 영국의 대안학교 서머힐.
그 곳에서 아이들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을 통해 기존 교육에서 힘들어하고
낯설어하던 아이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히 자리잡고 있어요.
일흔이 넘어 팔순이 다 되어가는 작가가 어떤 신보를 내 놓을지
그리고 아이들의 심리 파악이 드러난 작품이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