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로 그려진 보기 드문 그림책이라 한번 더 손이가고 경상도 사람인지라 경상도로 표현된 대화체에 더 정이가는 그런 그림책이네요.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난 어릴적 시골에 할머니가 있는 아이들이 정말 부러웠답니다. 나도 명절이면 온갖 짐과 이야기를 싣고 덜컹거리며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싣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도시에서 하는 놀이라고는 술래잡기,고무줄놀이,살구받기 그 정도였지만 시골에서는 무궁무진한 놀이감이 있는줄 알았으니까요. 허나,시골이라해도 놀이장소는 넓었지만 놀잇감은 도시보다 더 부족하지요. 주인공은 덩치도 또래들보다 작고 힘도 없어 또래들과 어울리는 것이 쉽진 않았어요. 친구들이 자치기를 하는 그날도 늘 아지트처럼 모이는 오두막에 추위를 녹이러 가지요. 그때 갑자기 나타난 구렁이한마리... 작가는 구렁이를 본 소년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시커먼 몸통,번질거리는 붉은 무늬,날름대는 혀. 소리도 못 지르고 입만 딱 벌리고 있었지. 숨이 콱 막히면서 정신이 아득해지더라고. 우리도 갑작스런 일을 당하면 이런 느낌이겠지요? 어린 소년의 급박했던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지요. 다행히 오두막에 사시는 할머니는 구렁이를 살살 어루듯이 살래며 되돌려 보냅니다. 할머니와 아이의 대화를 엿보니 작가가 포항사람이라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한답니다. 우리는 늘 사용하는 말이라 정말 정감있고 다정스레 들립니다. 바지에 오줌을 지려 집에와서 옷을 갈아입고 소년은 혹시나 친구들이 아직도 놀이중인가 싶어 친구들을 찾아 나섭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었는데 친구들은 이미 집으로 가고 없지요. 그때 오두막집 할머니와 또 마주치게 되고 할머니는 여우의 소리가 들리니 얼른 집으로 가자고 하십니다. 여우를 직접 본 적이 없는 소년은 여우에 대해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궁금증이 늘어나지요. 잠을 이루지 못한 소년은 일어나 여기저기 둘러보다 오줌을 누는데 그 곳에 하얀 여우가 눈과 함께 있는걸 발견하고 멈춰버립니다. 아!여우다. 그림책의 제목이기도 한 소년의 마음속에서 하는 한마디. 그렇게 소년은 한번 본 여우의 모습에 홀딱 빠져버립니다. 국내창작도서건 외국창작도서건간에 유화로 그려진 책은 처음 접해 봤답니다. 게다가 장호님은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의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뽑힌 역량있는 분이지요. 꼭 상이 중요한것은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았다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싶네요. 글을 쓰신 김일광님은 초등학교 현직교사로서 우리 아이의 미래를 책임지시는 분이시구요.. 문장이 딱딱한 서술체가 아닌 마치 친구나 제 3삼자에게 말을 하듯이 구어체로 쓰여져 있어서 읽기에 더 편하고 아이에게 읽혀주는것도 자연스러웠어요. 투박함과 정겨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이야기책. 어릴적 시골이 고향인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