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자란다] 라는 이 책은 1950년대 이후의 쓰촨과 티벳의 경계지역이라는 '지촌'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각각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글. 내가 아는 티벳을 누구에게나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종교적은 성지, 승려들의 나라, 달라이 라마로 상징되는 나라였다. 그리고 조금의 확장을 더 해나간다면 인접 중국과의 갈등이 존재하는 나라 정도이다. 하지만 티벳의 정치, 경제, 문화의 과도기를 겪는 1950년대의 혼란기 동안의 이야기는 우리의 전후나 유신시기와도 조금은 닮은 듯 했다. 경찰이라는 권력자가 시민을 억압하고 그들의 자유를 막무가내로 유린하면서, 심지어 횡포처럼 그들의 권력을 무고한 사람에게 집행하는 <막다른 길>에서는 '쌍지'라는 주인공이 결국엔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경찰은 그것이 고양이가 쥐를 잡는 놀이를 연출하는 것이였다며 죽음을 맞은 '쌍지'에게 "바보같은 녀석"이라고 내뱉고 끝이난다. 아..이런 마음 무거움은 뭘까? 권력과 비권력간의 대립이 아닌 비권력 내부인 가난한 지촌마을 사람들의 세력(?)의 다툼 이야기 <소년은 자란다> 그 곳에도 분명히 권력은 존재했다. 자신들보다 모자라고 다르다고 해서 그곳에서 이방인취급을 받는 '거라'의 이야기도 마음한곳을 아프게 한다. 종교에 대한 탄압으로 수도승 '라마'들이 속세에 나와 무능한 촌부로 전락하며 눈물을 보이며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라마승 단바>나 <소년시편>의 이야기. 문명 혹은 근대화로 대표될 수 있는 트랙터의 등장으로 화려한 전성기를 끝내고 산속으로 들어가 말을 먹이는 <마지막 마부>의 '곰보'까지 문화적 변혁기의 티벳의 이야기는 그 변혁기를 주도하는 위정자들이 아니라 그 속에서 조용히 변화를 맞이해야만 하는 하나하나의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중국소설이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약간의 과장스러운 문체의 소설에서 이렇게도 표현을 할 수 있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낯선 티벳이라는 나라만큼 낯선 이 소설은 우리와 다르지만 같을 수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세상을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