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없는 생활이라는 제목이 주는 소통의 부존재에 대한 막연한 답답함이 가슴을 멍하게 한다. 소통이라는 것은 두 상대방중 한쪽만이라도 마음을 열지 안으면 불가능한 것이리라.. 일주일전이였다. 9시 뉴스의 중반즈음..지역뉴스로 화면이 바꼈다. 두명의 여자가 휠체어에 앉아 울고있었다. 그옆을 지키고 있는 앳되어 보이는 장애복지 담당기관의 아가씨.. 물론 그 기관은 사적인 단체였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대구/경북권이다. 사연은 이랬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그녀들은 독립된 생활을 하기위해 집에서 떨어진 아파트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사를 할려는 즈음...어찌 알았는지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이 그녀들의 이사를 반대하게 되었단다. 이유인즉슨..장애인들이 살면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한 터무니 없는 이유로 주민들은 그녀들의 입주를 반대했고...결국 두명의 여자들은 시에 민원을 재기하고.. 대구시청의 중재로 입주를 하게 되었단다..하지만 주민들은 사과하지 않았고 그들은 무시했다는 내용이였다. 이것이 현실이다. 가슴이 아푸지만 너무나 냉정한.. 이 씁쓸함이 사라지기도 전에 내가 읽은 책이 <언어없는 생활>이다 5개의 중편소설로 이루어진 이책은 그 처음의 이야기가 <언어없는 생활>로 시작된다. 눈이 멀게된 아버지, 귀가 들리지 않는 아들, 말을 하지 못하는 며느리, 그러나 유일한 비장애인인 손자 왕셩리. 이들을 대하는 마을사람들의 냉소와 조롱..결국엔 마음을 떠나 외딴곳에 삶의 터전을 잡은 그들.. 그 가족들의 유일하게 자유로운 소통을 하는 곳은 그들의 집이다.하지만 이것도 정상인의 손자가 태어남에 따라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한다. 세상의 이들이 그들에게 던지는 조롱에 결국엔 눈,귀,입을 모두 닫게되는 그들중 유일한 비장애인이였던 왕셩리의 충격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결국 차갑고 소름끼치는 이 이야기가 소설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 장소에 존재하는 현실이라는 것에 적지않게 마음이 아프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현실의 소통의 부재..단절..을 소재로 하기엔 너무나 최악의 가족상황을 말하는 이 이야기는 아마 진정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느리게 성장하기>는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마슝의 이야기다. 이 역시 장애를 소재로 현실을 비꼬았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의 마슝은 조금은 악하고 기회주의자의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그 역시도 단절..삭막함..에 의한 희생자인듯하다.. <살인자의 동굴> 은 살인범 아들을 동굴에 숨기고 보살피는 엄마의 이야기다. 조금은 과장된 듯한 대화와 내용의 전개..아들이 결국엔 발각되어 죽게 되고 그 아들이 살해한 남자의 부인이 살인범의 아이를 낳게 되자..엄마는 "하늘이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라며 탄식한다. <음란한 마을>은 창녀촌에서 살던 치우위는가 그곳을 벗어나 달아나지만..결국 그가 돌아가 쉴수 있는 곳은 그녀가 도망한 창녀촌이였다. <시선을 멀리두다>는 게으른남편..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에 대항하기에는 너무나 미약한 리우징의 이야기.. 아들을 잃고 허상을 보며 자신의 마음을 다독일수 밖에 없는 너무도 약한 여자.. 5개의 중편모두..우리 시대의 어두운면을 적나라하게..혹은 냉소를 지을수 밖에 없는 전개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장애에 대한 일반인의 냉소,조롱..그리고 가족의 폭력..인간 근본의 음탕함..돈에 쩔쩔맬수 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의 구조.. 그리고 가진자에 대해 보일수 밖에 없는 없는사람들의 비굴함들 까지.. 주변을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좋은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