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냄새가 밴 사람들 - 제주의 동네 의사가 들려주는 아픔 너머의 이야기
전영웅 지음 / 흠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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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동네 의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 전영웅님의 에세이 <바람 냄새가 밴 사람들> 그의 진료실에는 다양한 이들이 찾아온다. 가정폭력의 피해자, 세월호 참사 생존자, 노동자, 자해 청소년, 성소수자, 장애인, 경제적 약자.. 저자 전영웅님은 그들의 마음의 아픔까지 들여다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아픔을 일으키는 원인중 하나가 우리 사회의 구조에 있는 문제임을 이야기한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성소수자 환자를 진료하면서 차트에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기록되냐는 이야기를 하고 불안해하는 환자를 보며 이전에 종종 만났던 성소수자 환자들을 떠올리고 그들의 불안과 초조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평생 평온해질 수 없는 운명인것인지, 걱정하고 고민하는 이야기였다.

오래전 동성애는 범죄였다가, 치료해야하는 질병이 되었다가, 지금은 다양한 성적 지향의 한 형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혐오의 시선은 존재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우리 사회에는 구조와 계급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완벽하지는 않아서, 누군가의 편리와 부유를 위해 누군가 고통과 불편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는 때때로 이를 방임한다. 그러다 사람들의 감정이 결국 터져 버리고 마는데, 이때 우리 사회는 사회적 소수자들을 감정의 배출구로 알뜰하게 활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소수자들을 둘러싼 수많은 혐오와 갈등을 방치해 둠으로써 구조 자체에 대한 불만을 잠재운다. 그저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일 뿐인데 그들을 향한 불쾌한 시선을 방관으로 일관한다. 그조 자체에 도전하는 계급의 반동을 가라앉힐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위의 내용들을 보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불편한 시선과 혐오의 시선이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는 앞으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환자의 마음의 고통까지 깊이 공감해주며 사회의 구조적 문제까지 성찰하는 의사선생님이라니 너무 존경스럽다. 이 책을 읽어본다면 우리도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생각하지 않았던 우리 주변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고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감정 소모가 심하긴 했지만 내 생각의 변화를 가져왔고 힘들어도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내용이므로 감사한 책이다.

다음은 가장 인상깊었던 문장이다.
-'버틴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이고, 저마다 고통과 책임을 짊어진 채 버티고 있지요. '관계'는 그렇게 버티며 살아가는 이들 간의 작은 도움이자 위로가 됩니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도 그런 '관계'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환자가 스스로 회복하기까지 옆에서 도와주며 위로하는 존재가 의사인 것이지요.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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