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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도망치다 - 폭력에 내몰린 여성들과 나눈 오랜 대화와 기록
우에마 요코 지음, 양지연 옮김 / 마티 / 2018년 7월
평점 :
이 책은 교육학부 연구 교수로 위기청소년 문제를 주로 연구하는 저자 우에마 요코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가족과 애인의 폭력을 피해 집을 뛰쳐나온 10대 여성들과 진행한 대화와 그 기록이다.
이 조사는 원래 유흥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일에 숙련되는 과정, 생활 전반, 유년기 가정환경에 초점을 맞춘 인터뷰 조사로 시작되었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가정폭력을 피해서 살아남기 위해 그곳에서 도망친 10대 여성들의 참혹한 고통의 기록이 쌓여갔다.
10대 여성 6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저자는 4년간 꾸준히 그들의 옆에 있어주면서 그저 가만히 들어주고, 그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잡아줄 뿐이었다. 힘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곁에 있다는것, 믿을 수 있는 어른이 곁에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도움이 되는지 보여준다.
가끔 같은 아픔을 겪어본적도 없으면서 왜 벗어나지 못했느냐고 왜 신고하지 못했느냐고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언이 아니다. 그저 들어주는 것이다.
책의 서문부터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책을 몇번이나 덮었다가 다시 열어서 읽었다. 아동학대 피해자로 집을 뛰쳐나올 수 있을 나이가 되기까지 견디던 나날들이 생각나고 그들의 고통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너무 힘들었다. 읽기 힘든 이야기일수 있지만 외면해서는 안될 이야기이다.
-폭력은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철저히 짓밟는다.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폭력 현장에서 간신히 도망쳐 나온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폭력 상황 속에서 날마다 자기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받아줄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는 폭력을 당한 사람 곁에 같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 지원도 지속될 수 없다.
-하지만 폭력이 맨살을 드러낸 사태에 직면하면 사람은 대개 할말을 잃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돕고 싶다는 마음과 도움받고 싶다는 마음, 이 두 마음을 서로가 아무리 잘 알아도, 폭행을 당해 자신의 존엄을 부정당하고 온몸에 상처를 입어 참혹한 수렁에 빠진 사람과, 폭행을 당한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상처 한 번 입은 적 없는 사람이 느끼는 감각은 천양지차이다. 이때 피해자는 또 한 번 고립을 느낀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