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반하다 - 자기성공을 이룬 나르키소스 12인
안병찬.안이영노 지음 / 도요새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인터뷰 대상 :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해가는 신인류.
인터뷰 목적 : 그들의 끊임없는 삶에 대한 성장 욕구의 원동력을 찾아내는 것.

아들이 기획하고 전직 기자였던 아버지가 현장을 뛰며 취재한 르포. 산뜻한 표지와 더불어 따뜻한 에세이집이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보기좋게 틀어져 버렸다. 일반 책이었다면 조미료 듬뿍 넣어 찐한 감동과 교훈의 절절한 인생역정을 만들어냈을 이 인터뷰를 그들은 기자 특유의 냉철한 분석력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이들이 현재 위치에 이르기까지의 성장 원동력에 대해 추적해 나간다.

인터뷰대상을 정하고 그의 약력을 조사하며 인터뷰에서 전개할 키워드를 뽑아낸다. 상대와 어울리는 장소를 섭외 후 찬찬히, 하지만 조목조목 집요하게 파고든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와 그 인터뷰를 돌아보며 대상에 대한 분석, 해체, 통합점을 찾는다.
그저 친구와 이야기하듯 편하게만 생각했던 인터뷰 뒷면에 이러한 일련의 복잡하고도 치밀한 계산이 숨어있었다는 것에 놀랍기만 하다. 스토리 전개 대신 그들의 기획회의를 옮겨놓은듯한 전개방식은 읽는 내내 그들과 함께 생각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낯설지만 신선한 저널리스트로서의 냉철한 시각을 배울 수 있었다.

국악계 신동부터 페미니스트, 일흔의 내과의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그들 개개의 삶의 원동력을 찾아 나간다. 원하는 것을 꼭 해내는 추진력과 지구력, 자신을 믿는 힘, 근성과 절제력, 그리고 현시욕까지. 그리고 마침내 이러한 다양한 욕구들 사이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찾아내게 된다.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즉 그들 모두 자신에게 반한 나르키소스라는 것. 그것이 이 시대 끊임없는 열정에의 추구로 멋진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원동력이라 그들은 결론내린다.

하지만 아쉬운게 있다면, 그 누가봐도 반할 수밖에 없을 특별한 이들의 특별한 인생대신, 소소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우리네 삶, 하지만 그 누구보다 그 삶에 취해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을 취재했더라면 그 나르키시즘의 의미가 더 진실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지울수 없다.

198p
나르키소스의 거울을 잘 볼 수 있다면 창조적인 자아도취를 거쳐 세상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 자기 삶을 끝까지 밀고 나간 용기로 그 꽃은 피어나고, 꽃향기가 퍼져 많은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175p 평화의 저널리즘 임영신 편
폭격당하고 있는 이라크에 다시 들어가려고 망설이며 남편에게 물었다. 그때 남편의 이메일이 왔다. “당신이 이라크에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고민은 지금이 들어가야 할 시기인가 아닌가에 대한 운동가로서의 판단이어야 합니다. 나에게 누가 될지 안될지에 대한 염려가 우선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는 삶, 그것에 충실한 결정을 하십시오.”


200p
안이영노 : 처음에 너무 많은 조건을 달거나 회의하지 않고 오히려 쉽게 봐야 바른 경우가 있는데, 기자들은 의문이 너무 많지 않나요. 그래서 기자들이 비판이나 비난만 하는것같이 보일때도 있거든요. 책임지지 않는 비난 같은 것. 그런 것이 저널리즘의 기본정신이나 태도인가요? 실제로 요즘 기자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할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안 병 찬 : 직업이 사람의 태도를 보강할수도 있고 바꿀수도 있는데, 직업상 기사를 만들어 내려면 의문을 던지는것부터 시작해야지. 미국에 나쁜 소식은 지겹다고해서 좋은일만 기사거리로 삼다가 망한 신문이 있다고 한다. 책임감없이 비난만을 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윤리적으로 책임이 매우 무거워진 시대 아닌가.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고 대안을 내라면 그것은 저널리즘이 맡을 문제가 아니다. 저널리즘은 알 권리에 따라서 문제제기만 하면 되지, 왜 대안과 해법까지 마련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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