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르페브르 컴북스 이론총서
신승원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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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똑같은 오늘이란 있을까? 우리는 흔히 "매일 똑같은 일상"과 같은 상투적인 표현으로 일상의 가치를 격하시키곤 한다. 하지만 르페브르에 따르면 일상은 반복적인 동시에 차이의 원인이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차이가 아닌 반복에 주목해온 것은 부정성의 모더니티(여기서 모더니티란 소비사회, 혹은 자본주의와 동격이다)가 우리 일상을 동일성에 포섭하기 때문이다. 

이 통찰은 말하자면 장 보드리야르의 자본주의적 우울의 정반대에 있다. 일상생활은 역설적으로 우리 삶 전부를 교환가치로 포섭하려는 '돈'의 위력에서 우리를 탈출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 입장에서 우리의 일상 공간은 생산물임과 동시에 생산의 장이 된다. 노동으로부터 노동자를 소외시키는 자본주의적 메커니즘이 동시에 탈소외의 기반이 되는 셈이다. 공간의 혁명가(!) 미셸 드 세르토를 흥미롭게 읽었던 입장에서 르페브르 역시 흥미가 간다. 세르토가 팝한 느낌이라면 르페브르는 좀 더 고즈넉하다고 해야할 지. 

코로나 시대에서 공간이란 예전보다 조금 더 사치품이 되어가는 듯 하고, 조금 더 비일상화되고 있는 듯하다. 공간이 일상 대신 사치의 장이 되기 전에, 차이와 놀이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르페브르는 이러한 문제 의식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상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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