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봐야하는 나이가 따로 있을까?' 아폴린의 푸른공방'그림책의 앞표지에는 연하고 짙은 푸른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붉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자아이가 눈을 살짝 감고 만족스러운 듯 천을 만지고 있다. 그림책을 넘긴 속표지에는 '쪽빛 날염 장인들을 위해'라는 글과 함께 낡고 오래된 장갑이 그려져있다. 누가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오래된 연륜과 경험으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장인들에게 바치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의 내용은 옛날에 쪽빛 날염 장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있었는데 전통공예를 이을 자식이 없어 걱정이 많았다.어느 날 숲에서 빨강 머리 인형을 발견하고 그 인형이 사람이 되어 할아버지의 가업을 잇게 된다. 그 여자아이의 이름은 빛의 소녀라는 뜻의 '아폴린'이다. 깊은 우주를 닮은 쪽빛 염색 기술을 보존하기 위해 온 우주가 빛의 소녀 아폴린을 이 집으로 보냈다는 설화같은 그림책이다. 현재 체코에 남아있는 전통방식의 촉빛 날염 공방은 아쉽게도 단 두곳뿐이다. 2018년 쪽빛 날염은 유네스코 인류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다. 우리나라는 염색장인을 중요무형문화재 염색장으로 지정하고있다. 쪽빛 날염은 문화유산에 등재될만큼 그 과정이 다른 염색과 달리 어렵고 까다로우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쪽빛날염은 직물을 쪽빛(indogo)염료에 담가 염색하기 전에 방염풀이 묻은 디자인 블록을 직물에 찍어 염색하는 기법의 공예로 그 기간이 3개월에서 1년까지 걸리기도 한다. 전통방식의 쪽빛 날염은 어떠한 오염물질을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호흡기나 피부질환을 좋게 하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고한다. 70억 명이 사는 이 지구에서 한 해 만들어지는 옷은 1000억 벌이고 그 중 330억 벌이 버려진다고 한다. 사람들이 입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옷들이 3분의 1이 넘는다. 우리가 입는 옷들이 만들어질 때는 강과 호수들을 오염시키고 버려질 때는 쓰레기 산을 만들어 지구를 병들게 하고있다. 옷을 입을 때도 나와 지구의 건강을 생각하고 후대를 위하는 책임이 따라야한다. 아름다운 쪽빛이 펼쳐져있는 이 그림책은 아이들과 함께 어른들도 읽어야 할 귀한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