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0
에밀리 브론테 지음, 안동민 옮김 / 범우사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폭풍의 언덕이라는 책은 읽기 전부터 제목을 들어서 알고 있던 책이었고, 또 그 내용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서 나의 그런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점점 더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나를 볼 수 있었다.

글의 전체적인 내용은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었다. 왜 그렇게 느꼈는가 하면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모두가 무언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부분, 특히 어두운 부분이 강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가문을 파멸로 몰아가는 히드클리프, 그런 히드클리프를 이유도 없이 증오하고 또 그 때문에 가문을 망치는 힌들리 언쇼,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다 성격마저 제멋 대로인 캐서린 언쇼 등 인간들의 나쁜 부분들을 특히 강조한 듯한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왔나?'라는 우스운 질문까지 해 보는 나를 발견했다.

모든 갈등들은 이들의 색다른 성격들 때문이었다. 캐서린은 실제로 사랑하고 있는 히드클리프가 자신을 물질적으로 만족시켜줄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한다. 물론 그것이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히드클리프는 잠시 사라지지만 3년후에 그가 다시 나타나자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히드클리프는 캐서린이 다른 사람과 결혼한 것에 대해 앙심을 품고 캐서린이 결혼한 남자의 여동생을 속여 결혼한다. 물론 그가 그 여자를 사랑했을리 없다. 히드클리프가 사랑하는 여인은 한 사람 캐서린 뿐 이었으니까.

얼마 후 캐서린은 세상을 뜨고, 히드클리프와 결혼한 여자는 히드클리프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을 데리고 떠난다. 이것만으로도 비극적이겠지만 결말은 더욱 더 비참하다. 히드클리프는 그 아들을 이용하여 그에게는 처남이 되는 캐서린의 남편의 재산마저 모두 가로채 버린다.

이렇게 자신이 만족할만한 복수를 마친 히드클리프는 그러나 그때부터 괴로워 미칠 지경이 된다. 밤이 되면 캐서린의 영혼을 보고 괴로워하고… 그가 '그 피라미 같은 에드거가 온힘을 다해 80년간을 사랑한다 해도 내가 사랑하는 하루만큼도 열정적이게 사랑할 수는 없을 거야.'말 할 만큼 캐서린을 사랑했지만 그것은 비뚤어진 사랑이었기에 더욱더 큰 슬픔과 괴로움을 되 씹어야 했다.

이 책을 보면서 남녀간의 사랑이란 무엇일까 란 생각을 해 보았다. 나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라는 점에 대해서도… 그러나 내가 그런 상황이었더라면 모두가 불행해지는 길을 좋지는 않았을 것 같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왔던 모든 사람들 특히「히드클리프」가 걸어 갔던 길, 그가 갔던 길을 천천히 보면서 그에 대한 연민을 느꼈다. 그가 가지 못했던 길, 그 길이 바로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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