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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여생 은행입니다
이누준 지음, 서지원 옮김 / 모노하우스 / 2023년 12월
평점 :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 주인공 하나. 회사 스트레스로 인한 병인 것 같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찾던 중 우연히 도모코라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왠지 수상해 보이지만 그녀의 따뜻함에 이끌려 그녀의 직장까지 따라가게 된 하나. 도모코의 직장은 바로! 도시 전설로만 내려오던,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생명을 예치할 수 있는 여생 은행이었다. 하나는 도시 전설로만 여기던 은행이 실존한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지만 여생 은행에서 일하면 자신도 다른 이의 여생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하나는 과연 여생을 나눠 받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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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선한 소재가 아닐 수 없다. ‘누군가에게 나의 여생을 나눠준다?!’ 처음 들으면 로맨틱하고, 막상 닥치면 무섭고, 실제로 이뤄지면 사랑하는 사람을 오래오래 볼 수 있는 행운 같기도 한 이야기.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내 여생을 나눠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것 같다. 특히 가족 또는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거나,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너 대신 아파줄 수 있다면, 내 삶을 줄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너에게 줄 텐데… 나 대신 네가 살았으면 좋겠다.. ”등 누군가를 위해 할 수는 있지만 이루어질 수는 없는 간절한 소원.
그런 마음에서 이 책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책을 읽으면서 여생을 나눠준다는 것이 꼭 행복한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생 은행처럼 많은 조건이 붙는다면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될 것 같다. 아마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의 생명이 다 소중하기 때문에 조건이 많은 거겠지?!)
여생 은행의 조건 중 하나인 ”1년 이상의 여생 예치 시, 상대를 평생 ‘단 한 번’ 밖에 만날 수 없다“라는 항목이.. 여생을 나누는 데 있어 제일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인 것 같다. 나의 여생을 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인데.. 볼 수 없다면 그것이 의미가 있을까? 아닌가? 볼 수 없어도 살아만 있다면.. 살아만 있다면 위로가 되고 행복할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보고 싶으면 어떡하지? 그래도 괜찮나?
반대로 여생을 받은 사람은.. 그저 감사하기만 할까? 상대에 대한 미안함, 상대의 여생을 빼앗은 것 같은 죄책감 같은 게 생기지 않을까? 기간이 정해져 있는 헤어짐이 때로는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 어쩌면 그 기간만 생각하고 하루하루 더 슬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이 모든 일이 서로에게 행복한 일일까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된 것 같다.
결국 난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리다는 결정은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늙으면 추억을 뜯어먹고 산다고 한다. 옆에 있을 때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 오래오래 기억하고, 함께 있는 순간순간을 매번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하며 보내면 굳이 여생 은행에 가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미련 없이! 조금은 덜 슬픈 이별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으면서도,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아주 묵직한 한방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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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괜찮아요. 부모라면 자신이 어떻게 되든 아이만은 살기를 바라죠. 아이가 살아가기만 한다면 상관없어요. 그걸로 됐어요.” 눈동자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이라시 씨를 보며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이가 바라는 건 엄마가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 있어주는 거예요.“ p.168
“여생을 주는 데에는 그 사람의 결의 깊은 각오와 슬픔. 그리고 희망이 존재하는 구나.“ p.241
“이별은 언제나 갑작스럽다. 그러나 여생 은행을 이용해서 이별을 준비할 수 있다면 존재 의의는 있는 것 같다.“ p.243
“바보 같아. 여생 따위를 받는 것보다는, 나는 다시 그들 모두와 만나고 싶었는데. 또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p.331
#어서오세요여생은행입니다#이누준#모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