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먼저 우울을 말할 용기 -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온 우울증, 그 우울과 함께한 나날에 관하여
린다 개스크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3년 11월
평점 :
“사람은 우울해지면 과거를 곱씹지만 잘 살고 있으면 과거 생각에 그리 얽매이지 않는다. 현재의 기분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꼭 파고들 필요는 없다. 자신이 우울증에 취약하다고 해서 약하거나 열등한 인간은 결코 아니라는 걸 아는 게 더 중요하다. 때로 잊기 쉬운 사실이지만, 잊지 않아야만 살아갈 수 있다.”p.39
정신과 의사인 린다는 책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앓아온 우울증에 대해 고백한다. ‘아니 우울증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가 우울증이라고?’ 뭔가 아이러니하지만 정신과 의사라고 우울증에 걸리지 말라는 법이 있나? 린다는 오히려 자신의 경험과 증상을 당당하게 고백함으로써 우울증은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말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찾아올 수 있고,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우울감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독자들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통해 치료 가능함과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있다.
우울증이 찾아오는 계기는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외로움이나 사랑의 상처에서, 또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감에서, 불안과 강박,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출산 뒤에... 우울은 너무나 다양한 이유로 우리를 찾아오기에 스스로의 마음을 잘 돌보지 않고 있었다면 어느 순간 나를 감싸고 있던 우울의 늪에 조금씩 조금씩 빠져버릴지도 모른다.
린다는 우울해지는 이유로 가장 먼저 취약성과 스트레스를 들었다.
취약성은 가족력과 유전, 어린 시절 경험 등에 의해 좌우되고, 스트레스는 살면서 겪는 다양한 사건을 통해 오게 되는데 아무래도 취약성이 낮은 사람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부터 더 약할 수 있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취약성과 스트레스로부터 어떻게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
린다는 여러 가지 방법을 책 속에 적어 놓았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타인을 신뢰하며, 과거의 트라우마와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며 해결해나간다면 조금씩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그래도 극복하기 어렵다면 심리치료와 항 우울제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하고 있다.
주변에 우울증과 공황장애,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물론 나도 산후우울증으로 힘든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우울증 극복의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의 기분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또 잘 해내는 모습만 보이려고 자신이 만든 가면 속에 숨지 말았으면 좋겠다. 진짜 내 모습을 좋아해 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마음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지독한 딜레마였다.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내 삶의 통제권을 계속 손에 쥘 것인가-그 결과 결국 삶 자체가 아예 사라질지라도.” p.51
“우울증을 일으키는 사건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해로운 것은 그 사람의 취약한 부분을 정확히 건드리는 경우다. 열쇠가 짝이 맞는 자물쇠를 찾아가듯, 그 사람의 취약점과 딱 맞아떨어지는 사건이 꼭 일어나는 걸 보면 신기할 정도다.”p.91
“불안이 무언가가 일어나리라는 두려움의 징후라면, 우울증은 두려움이 현실이 될 때 나타난다.”p.100
“누가 뭐라고 말하든, 도움의 손길을 청하고 받는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애써 숨겨 문제를 악화시키는 게 아니라, 뭔가 개선하려고 행동하고 있다는 표시이다.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그런 정직한 용기를 아직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회가 많고 우리 사회도 예외가 아니지만, 나는 내 우울증을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