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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 - 문화재 약탈과 반환을 둘러싼 논쟁의 세계사
김경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8월
평점 :
2011년 국내의 모든 이가 주목했던-세계도 주목했던- 외규장각의 귀환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수많은 언론이 앞다투어 이를 다뤘고, 기쁜 소식과 더불어 '반환'과 '대여'라는 귀환 방식에 대해 많은 여론과 논란이 있었다.
국민은 소유권이 한국으로 양도된 완전한 '반환'이 아니라 소유권이 온전히 돌아오지 못하는 '대여'의 방식으로 귀환하게 된 점에 많은 아쉬움을 토로했고, 나 역시 그러하였다.
외규장각의 귀한 사례는 국내의 문화유산과 문화재에 관한 관심을, 국외 소개 우리 문화재로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재단도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하게 되었고, 현재 연구, 보존, 협력과 교류, 반환 등에 힘쓰고 있다.
처음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무조건 읽어보아야 하겠다,라는 다짐으로 눈여겨보았었다. 책을 받고 목차를 펼쳤을 때 처음에는 아연실색했다.
이거는…… 논문 아니야?
그래서 처음엔 엄두도 못 내고 며칠이나 책 표지만 들여봤었다. 그러나 어느덧 반절을 읽었을 때, 깨달았다. 절대 놓치면 안돼는 책이라고.
감사했다. 오랜만에 '읽는 즐거움', '아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귀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자세하고 정밀하고 날카롭게 통찰하여 쓴 글임이 여실히 느껴지는 데, 전혀 어렵지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흥미진진하고 몇 번이나 무릎을 '탁' 쳤는지 모르겠다.
일반 서적이라고 하기엔 전문적이고, 전문적이라고만 하기엔 친절하고 알차고 재밌다!
『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는 영국을 중심으로 문화재 약탈과 반환 문제를 짚어 보고 있다. 책 속에서 펼쳐지는 '문화재 약탈과 반환'으로 보는 세계사와 근현대사. 역사 속에서 서양의 오리엔탈리즘과 같은 사상과 전쟁으로 말미암은 변화들, 각국의 정치적 입장, 시장국과 원산국의 관계, 현대사회에서 고려해야 할 역사적 의미들.
우리가 단순히 '반환'이 아닌 점을 아쉬워하고 누군가를 향해 비판만 할 때, 그 이면의 모습을 더 정확하고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2017년 사표를 던지고 혼자 훌쩍 떠났던 유럽 여행 중 영국 런던에서는 박물관 여행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많은 박물관을 견학하였다. 그때 봤던 그리스・로마 시대의 유적들, 로제타석 등 많은 유물을 보고 어린 시선에 그저 감탄만 연발했던 기억이 지금은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인식하게 되었다. 이렇게 내가 봤던 문화재들의 기구한 운명을 이해하면서, 도대체 무엇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혼란과 고민이 더해졌다.
저자는 '문화재 약탈과 반환' 문제에 있어서 대표적 국가로 '영국'을 선택했고, 영국과 문화재를 둘러싼 연구를 진행 및 출간하였다. 저자는 발문(跋文)에영국의 정책으로 약 20~30년 전의 자료까지 열람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 영국에 국한하여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솔직히 드러내 주었다.
그러니 더욱 소중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이지 저자는 제시해 준 셈이다.
우리는 문화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우리가 주장하는 것들이 과연 옳은가? 우리는 원산국이기만 하는가, 시장국이기도 하지 않은가?
현재 당면한 많은 역사적 문제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우리는 어떤 역사의식과 양심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이러한 의문들을 제기하면서 우리 사회에 양분된 이중성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비단, 문화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역사 왜곡, 무역 규제라는 경제 보복, 민간인 학살, 전쟁 성노예 문제 등 이러한 역사적 문제들이 현재 사회에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다각도에서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우리가 아니다.
우리 또한 원산국이면서도 시장국이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피해국이면서도 가해국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전공하는, 역사에 관심 있는, 문화재를 사랑하는 학생들에겐 필독서임을 말하고 싶다. 더불어, 역사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인문 교양서로 꼭 한 번은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우리 가치관에 자양분이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