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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라디오
남효민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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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 익숙한 우리 세대에 엄마가 라디오를 크게 틀고 청소하고, 음악을 들으며 차 한 잔 하셨어요. 우연히 2,30년 전 엄마가 가게에서 일할 때, 라디오는 필수였다고 합니다. 엄마의 표정을 가만히 보다가 문득 궁금해지더라고요. 라디오가 과연 무엇인지, 어떤 추억과 감성을 지니고 있는지!



정말이다. 엄마는 아침 8시, 늦어도 10시에는 꼭 청소를 하시고 점심을 준비하기 전 차 한 잔을 들이키며 라디오를 들었었다. 때로는 빨래를 개키며 들었고, 중간에 흐르는 뉴스를 듣다가 사연을 들으면서 한마디 씩 하시기도 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지지직- 거려서 맞는 주파수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했다.

나는 그런 엄마 옆에서 청소가 싫다며 도망(?)다니기도 했고, 같이 청소하고선 책을 읽으며 라디오 음악을 듣거나 엄마 무릎에 누워 바깥 풍경을 보며 라디오를 들었었다. 그게 초등학생 때의 일이니 벌써 15년이 훌쩍 지나간 흐려진 기억들이다.

도대체 라디오가 뭐길래, 라며 읽었던 건 분명하다.

처음 문장은 '라디오 작가에 대한 오해'라고 여길 수 있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라디오 작가에 대한 직업적 현황이나 현장, 일화가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읽다보니 너무 찌릿했다. 라디오 작가로서의 삶뿐이 아니라 작가이기전에 한 사람으로서, 한 직장인으로서, 한 친구로서, 한 동료로서의 삶들이 짠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담담히 그려져 있었다.


저자는 라디오와 관련해서 일어났던 평범한 일에서 인생의 지혜와 방법을 찾아간다. 내가 책을 계속 읽게 되는 이유는, 각기 다른 상황에서 그들은 어떻게 상황을 받아들이는금해서 일지도 모른다.


모든 일에 백퍼센트 만족할 수 없는 일인데, 그저 불평만 하는 작가들에게 피디가 던진 "그래서 내일은 어떻게 할 건데?"라는 물음에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고민하고 또 한 발 내뎌가는 모습,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게스트나 디제이의 갑작스런 비보 소식, 또는 부재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글을 써야 하는 등)에서 냉정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앞으로의 일을 해나가야 하는 삶.


초등학생 시절, 일기장에 '나는 오늘'을 빼라, 잘 쓰는 일기 방법에도 '나는 오늘'을 빼라라는 말을 듣고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의문을 갖지 않고, 수긍해버린 내 유년시절.

그런데 '나는 오늘'이 뭐 어때?라는 말을 툭 던지고 가는 남효민 작가.


그렇게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생각을 하고, 하루를 살아가는 저자에게 따뜻함과 호기심과 애정이 있어, 읽는 내내 너무 좋았다.

추운 겨울 나까지 따뜻한 난롯가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너무 뻔한 에세이가 아니라, 생각하고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에세이여서 행복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얘기. 그래서 ‘남의 말‘ 뒤에 숨겨왔던 얘기. 아무리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해도 ‘나는 오늘‘로 시작하는 일기를 쓸 수밖에 없던 어린 시절. 오히려 그때의 나는 눈치 보지 않았고, 원하는 걸 더 잘 말할 수 있었고, 좋은 걸 좋다고 말할 수 있었다. 속상하면 그렇다고 말했고, 슬프면 슬프다고 적었다. ‘나는 오늘‘이 내 일기에서 사라지던 그즈음부터 어쩌면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다수의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았는지도 모른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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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시간 - 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
토마스 기르스트 지음, 이덕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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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유로 인해서 읽게 된 책입니다. 표지가 깔끔해서, 소개된 한 문장에 관해서, 느린 시간에 관한 호기심 때문에.

얇고 가벼움에 놀랐지만, 매우 방대한 분야, 통찰력을 보면 그리 쉬운 책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으며 예술에 관한 생각을, 문학에 관한 공감을, 또는 자아성찰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러 서평과 독후감을 읽어봤습니다. 이런 것이 또 하나의 묘미가 되더군요.)
저는 줄곧 제목 그대로 '시간'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적나라하게 말하면 '시간과 성공(성취)'에 관해서 말입니다.

#시간독서가 #시간의힘 #느리게그러나다부지게

취준생인 저는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스펙이 부족한가, 내 경험이 부족한가,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건인가, 무엇을 하고 싶어했지.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할까. 심지어 취업 꼭 해야 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된 많은 사례와 사건들이, 정말 기이하지만 그들만의 묘한 성취감, 도전에서 오는 것들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무의미해보이는 실험, 100년의 인생과 수억광년 시간의 우주, 자연의 변화, 10여년의 작품 제작, 정말 쓸데없는(?) 것 까지의 모음.
이것들이 지금, 나를 살아가는데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무의미하고 무가치해보이는 이것들은 그들은 왜 하는 걸까요?

우주의 시간에서 제 취준의 기간은 찰나일뿐 일것입니다.
따라서 이것 역시 무의미해보입니다.
하지만 제 삶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처럼 그들도 그들에겐 과정들이, 결과가 중요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이러한 일들을 하게 된 동기가 무엇일까요?
책을 읽고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제 나름의 답은 '성공(성취)'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여유(지속가능성, 사고하는 시간), 관찰(통찰력)을 중간중간 주장하면서 인내(노력, 기다림, 끈기) 또한 중요함을 이야기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지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자가 하고 싶었던 수많은 이야기 중에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지치겠지만 그래도 한번 더. 노력하고 기다려보자.
모든 일의 성공에는, 각자 나름의 성취에는 보이지 않는 고군분투함과 인내가 있었다는 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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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 - 문화재 약탈과 반환을 둘러싼 논쟁의 세계사
김경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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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국내의 모든 이가 주목했던-세계도 주목했던- 외규장각의 귀환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수많은 언론이 앞다투어 이를 다뤘고, 기쁜 소식과 더불어 '반환''대여'라는 귀환 방식에 대해 많은 여론과 논란이 있었다.

국민은 소유권이 한국으로 양도된 완전한 '반환'이 아니라 소유권이 온전히 돌아오지 못하는 '대여'의 방식으로 귀환하게 된 점에 많은 아쉬움을 토로했고, 나 역시 그러하였다.

외규장각의 귀한 사례는 국내의 문화유산과 문화재에 관한 관심을, 국외 소개 우리 문화재로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재단도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하게 되었고, 현재 연구, 보존, 협력과 교류, 반환 등에 힘쓰고 있다.

 

처음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무조건 읽어보아야 하겠다,라는 다짐으로 눈여겨보았었다. 책을 받고 목차를 펼쳤을 때 처음에는 아연실색했다.

 

이거는…… 논문 아니야?

 

그래서 처음엔 엄두도 못 내고 며칠이나 책 표지만 들여봤었다. 그러나 어느덧 반절을 읽었을 때, 깨달았다. 절대 놓치면 안돼는 책이라고.

감사했다. 오랜만에 '읽는 즐거움', '아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귀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자세하고 정밀하고 날카롭게 통찰하여 쓴 글임이 여실히 느껴지는 데, 전혀 어렵지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흥미진진하고 몇 번이나 무릎을 '' 쳤는지 모르겠다.

일반 서적이라고 하기엔 전문적이고, 전문적이라고만 하기엔 친절하고 알차고 재밌다!

 

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는 영국을 중심으로 문화재 약탈과 반환 문제를 짚어 보고 있다. 책 속에서 펼쳐지는 '문화재 약탈과 반환'으로 보는 세계사와 근현대사. 역사 속에서 서양의 오리엔탈리즘과 같은 사상과 전쟁으로 말미암은 변화들, 각국의 정치적 입장, 시장국과 원산국의 관계, 현대사회에서 고려해야 할 역사적 의미들.

우리가 단순히 '반환'이 아닌 점을 아쉬워하고 누군가를 향해 비판만 할 때, 그 이면의 모습을 더 정확하고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2017년 사표를 던지고 혼자 훌쩍 떠났던 유럽 여행 중 영국 런던에서는 박물관 여행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많은 박물관을 견학하였다. 그때 봤던 그리스로마 시대의 유적들, 로제타석 등 많은 유물을 보고 어린 시선에 그저 감탄만 연발했던 기억이 지금은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인식하게 되었다. 이렇게 내가 봤던 문화재들의 기구한 운명을 이해하면서, 도대체 무엇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혼란과 고민이 더해졌다.

 

저자는 '문화재 약탈과 반환' 문제에 있어서 대표적 국가로 '영국'을 선택했고, 영국과 문화재를 둘러싼 연구를 진행 및 출간하였다. 저자는 발문(跋文)영국의 정책으로 약 20~30년 전의 자료까지 열람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 영국에 국한하여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솔직히 드러내 주었다.

그러니 더욱 소중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이지 저자는 제시해 준 셈이다.

우리는 문화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우리가 주장하는 것들이 과연 옳은가? 우리는 원산국이기만 하는가, 시장국이기도 하지 않은가?

현재 당면한 많은 역사적 문제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우리는 어떤 역사의식과 양심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이러한 의문들을 제기하면서 우리 사회에 양분된 이중성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비단, 문화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역사 왜곡, 무역 규제라는 경제 보복, 민간인 학살, 전쟁 성노예 문제 등 이러한 역사적 문제들이 현재 사회에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다각도에서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우리가 아니다.

우리 또한 원산국이면서도 시장국이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피해국이면서도 가해국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전공하는, 역사에 관심 있는, 문화재를 사랑하는 학생들에겐 필독서임을 말하고 싶다. 더불어, 역사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인문 교양서로 꼭 한 번은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우리 가치관에 자양분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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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발라드 피아노 콘서트 : 베스트 가요 편 (스프링) 감성발라드 피아노 콘서트 1
박상현.한성호 엮음 / 음악세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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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절까지 너무 완벽해서, 시리즈가 나온다면 계속 구입하고픈 책! 정말 다른 책들도 여러권 구입했는데 편곡이 다소 부족하거나 1절만 나와서 실망했었는데 이 책은 아녜요. 음원 그대로 녹여놨어요. 게다가 스프링. 드라마.영화 피아노 콘서트 국내외편과 같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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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 피아노 콘서트 : 국내.외편 (스프링) 드라마.영화 피아노 콘서트
박상현 엮음 / 음악세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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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절까지 너무 완벽해서, 시리즈가 나온다면 계속 구입하고픈 책! 정말 다른 책들도 여러권 구입했는데 편곡이 다소 부족하거나 1절만 나와서 실망했었는데 이 책은 아녜요. 음원 그대로 녹여놨어요. 게다가 스프링. 감동 ㅠ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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