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불빛의 집 / 한강
그날 우이동에는
진눈깨비가 내렸고
영혼의 동지인 나의 육체는
눈물 내릴때마다 오한을 했다

가거라

망설이느냐
무엇을 꿈꾸며 서성이느냐

꽃처럼 불 밝힌 이층집들,
그 아래서 나는 고통을 배웠고
아직 닿아보지 못한 기쁨의 나라로
어리석게 손 내밀었다

가거라

무엇을 꿈꾸느냐 계속 걸어가거라

가등에 맺히는 기억을 향해 나는 걸어갔다
걸어가서 올려다보면 가등갓 안쪽은
캄캄한 집이었다 캄캄한
불빛의 집

하늘은 어두웠고 그 어둠 속에서
텃새들은
제 몸무게를 떨치며 날아올랐다
저렇게 날기 위해 나는 몇 번을 죽어야 할까
누구도 손잡아줄 수는 없었다

무슨 꿈이 곱더냐
무슨 기억이
그리 찬란하더냐

어머니 손끝 같은 진눈깨비여
내 헝틀어진 눈썹을 갈퀴질하며
언 뺨 후려치며 그 자리
도로 어루만지며

어서 가거라

- 시집<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 지성사,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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