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머릿속에서 로버트 플랜트와 지미 페이지와 존 폴 존스와존 본햄이 일제히 ‘로큰롤‘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나는 비행선을 탄기분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물론 일곱 난쟁이들도 함께였다. 공중을 둥실 떠가는 멋진 기분과는 달리, 거울에 비친 내모습은 과연 어색한 것이었다. 분명 주인이 입은 것과 비슷한 디자인인데 내가 입으니까 전혀 그런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거울 속에는 내가 생각했던 그리스인 조르바는 간데없고, 대신 그의 하인-조르바에게 하인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ㅡ인산초가 서 있었다.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안 되는 일이 있다. 적어도 패션과 외모에 관한 한, 나는 김치사발면속의 동결건조김치와도 같은 존재였다. 아무리 물을 붓고, 불려도
그것은 절대 진짜 김치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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